[청년이 본 세상]
캠퍼스 로망은커녕 강의수업도 못해
대학생활 추억 없는 '코로나 20학번'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대학 내 비대면 강의가 이어지면서 학기중에도 강의실이 비어 있다. /사진=픽사베이
대학 내 비대면 강의가 이어지면서 학기중에도 강의실이 비어 있다. /사진=픽사베이

K대 언론정보학부 재학생인 이모 씨(여·22)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2학년 내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했다. 이씨는 “캠퍼스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캠퍼스 라이프는커녕 대학교 강의실에서 수업 한번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대학교에 입학한 일명 ‘코로나 학번’ 학생들은 이제 곧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코로나 학번 학생들은 입학 후 3학기 동안 캠퍼스를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했다.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대면 수업의 재개를 기대했으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2학기 수업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씨는 “처음엔 상황이 나아져 곧 학교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2년 내내 ‘사이버 대학’이나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캠퍼스 로망은 둘째 치고 내가 대학생이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지난 2년간 '사이버' 대학생활

전례 없는 초유의 사태에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 20학번은 제대로 된 새내기 일정인 입학식, 새로 배움터(새터)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볼 수 없었다. 대학생활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MT, 축제 어느 것도 즐겨보지 못한 채로 3학년 진학을 앞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난해 입학해 곧 고학년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답답함과 불안함이 다른 누구보다도 커지고 있다. 새내기 생활은 해보지도 못하고 헌내기가 되어버린 20학번 학생들의 고민과 걱정들을 들어봤다.

S대 국제경영학과 김모 씨(여·21)는 “같은 과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연락처를 아는 선배조차 없다”며 “교수님과의 진로 상담도 기대했다. 모니터 속 교수님과는 출석을 부를 때 외에는 제대로 소통해 본 적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흔히들 대학 2학년 시기 진로에 대한 고민과 탐색을 통해 3학년부터는 취업 준비생으로서 관련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진로·취업 고민 해소 불가 

그동안 국내 언론에서 전문대 학생들의 고충에 대해 집중해온 바 있으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4년제 대학생들에게도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심각하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내 교류가 대폭 축소되며 취업 관련 정보를 제대로 얻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H대 행정학과의 엄모 씨(여·22) 역시 “학부 특성상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관련해서 조언을 들어보고 싶지만, 선배들과의 관계는 OT에서 한 번 만난 게 전부”라며 “흔히 말하는 족보조차 얻어본 적이 없다. 전공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선뜻 휴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씨 역시 비대면 수업으로는 전공 지식이나 실무 경험을 쌓기가 역부족이라고 생각해 휴학을 고민했다. “위드 코로나를 했다가 또다시 중단되는 것을 보니 휴학으로 졸업을 연기하더라도 비대면 수업이 풀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며 “절대평가로 학점을 따기 쉬운 상황에서 휴학을 하면 손해일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학가 대면 활동도 큰 타격을 입었다. 새내기 배움터, 오리엔테이션, 축제 등의 활동이 제한되면서 학생회, 동아리와 같은 학생 간 대면 활동들이 불가능해졌고 학생 사회가 침체기를 겪는 것이다.

운동장 사용 통제 팻말이 세워져 출입이 금지된 국민대학교 운동장의 모습. / 사진=이세윤
운동장 사용 통제 팻말이 세워져 출입이 금지된 국민대학교 운동장의 모습. / 사진=이세윤

K대 응용 영어통번역학과의 박모 씨(여·22)는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들 정도만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나는 동기들 중에 아는 사람도 몇 없다”며 “학생회에 지원해 볼까도 싶었지만, 어차피 비대면으로 진행될 텐데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지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회·동아리 활동 '전무' … 학생 사회 침체

K대 간호학과 임모 씨(여·22)는 “캠퍼스에 갔다면 선배나 동기들을 통해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을 것 같다. 지금은 기껏해야 에브리 타임(대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만 홍보물을 볼 수 있다”며 “홍보물도 찾아보기 어렵고 홍보물을 올리지 않는 동아리의 소식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활동들에 참여하는 학생들끼리만 더욱 친해지고 활동을 이어나가 정작 중간에 합류하기 힘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학생 사회의 침체는 단순히 학생들 간 친목 도모 불가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은 청년들이 사회로 나아가기 전 다양한 사람들과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각 대학은 사이버 공간에서 대학의 사회성 함양의 기능을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됨에 따라 대면 수업 재개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5차 대유행과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내년까지도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사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 중 또 한 번의 학기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될까 20학번의 고민과 걱정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면 수업 적응도 걱정… 정부 차원 대책 필요

K대 언론정보학부 이모 씨(여·22)는 “학교에서는 다음 해에 입학할 새내기들에 대한 행사들을 위주로 기획할 텐데 학교에 대면 수업을 나가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후배들이 길을 물으면 알려줄 수도 없을 것 같다. 나조차도 길을 헤매고 있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K대 지구과학교육과 최모 씨(남·21)는 “20학번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MT의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남은 학기 동안 한 번이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캠퍼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대학 생활에 특별한 추억이 하나도 없다”며 아쉬워했다. 

고된 입시 생활을 끝내고 넓은 세상으로의 첫 걸음을 내디딘 청년들은 대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며 비로소 '대(大)학생'이 된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지난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며 20대 가장 빛나는 시간을 추억할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들은 어떠한가. 고등학교 졸업식도, 대학교 입학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20학번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대학생활은 특별한 추억도 없이 공백으로 남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학생들은 "대학교나 정부 등이 나서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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