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주변 부작용 호소 많은데 책임지는 사람 없어”
20대 백신 접종 거부 비율 2배 이상 높아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경기 하남시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 양민석 씨(23)는 지난해 8월 화이자 1차 백신을 맞고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증상을 경험했다.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고 불규칙적으로 조여오는 느낌이 새벽까지 지속됐다. 양씨는 결국 임시 조치로 우황청심원을 먹고 잠을 청해야 했다. 이후 그는 아세트 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제를 먹어야 했다. 이부프로펜 성분 소염제가 백신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3주가량 진통제를 복용하면서도 약을 먹지 않으면 심장 통증이 재발할까 하는 불안감을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친척이 군대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뒤 고열 등 심한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실도 듣게 됐다. 그는 2차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 접종 당일까지 ‘2차 접종을 맞아야 하나’ 라는 고민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나온다. 국민 대부분이 접종을 완료하는 상황에서 '미접종은 무책임하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과연 민주국가에서 백신 접종 거부가 사회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20대를 중심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속사정을 취재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인구 5000만명 중 4200만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전체 인구의 약 81%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10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은 코로나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기저질환, 백신에 대한 불신 및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백신을 거부한다.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황선재 교수가 진행한 ‘코로나19 백신 수용성: 정부 신뢰 요인을 중심으로’라는 연구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한 사람들 중 코로나19 백신의 검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90.89%에 달했다.
"백신 거부는 합당한 거부"
백신을 거부하는 1000만명 중에는 20대 백신 미접종자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20대 백신 미접종자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필자가 인터뷰한 다수의 청년들은 “우리의 백신 거부는 이유 있는, 합당한 거부다”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백신에 대한 위험성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유모 씨(23)는 코로나 1차 백신 접종을 맞지 않았다. 기저질환도 없고, 추후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터라 백신 접종이 필요하지만, 그의 선택지에는 '백신 접종'은 없다. 부양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가 얼마 전 친구의 지인이 백신을 맞고 심정지까지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내가 내 몸을 믿을 수 없다”며 “주변에서 부작용 반응을 겪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심장 문제 등 극단적 부작용을 겪은 것을 너무 많이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 의구심을 나타내며 이렇게 부연했다.
“부작용 등 우려사항이 해소되면 백신 접종 의사가 있다. 하지만 화이자·모더나 등 현재 백신에 대해선 신뢰할 수 없다. 사실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지금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전염병은 맞지만 20~30대 확진자는 무증상인 경우도 많다. 오히려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오는 게 더 무섭다.”
20대들은 보육 교사, 요양원 근로자 같은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백신을 먼저 맞은 또래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 대부분은 “백신 맞으면 힘들다”라고 주변에 전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는 홍모 씨(여·24)도 '백신 선(先) 접종자'이다. 홍씨의 말이다.
“동종업계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 중 백신을 맞고 부정 출혈이 생긴 경우도 종종 있다. 나도 부스터샷 대상자이지만 부스터샷을 안 맞을 수 있으면 안 맞고 싶다. 부스터샷 등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이다. 회사와 사회의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니 백신을 맞지만 백신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서울 성북구에 살고 있는 국민대학교 1학년 최모 씨(여·19)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은 두려운 존재다. 주사를 맞고 큰 쇼크를 겪었던 과거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코로나19는 브레인 포그, 미각 및 후각 상실 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전염병이라고 들었다”며 “백신에 대해 아주 신뢰하지도 않고 아주 불신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해선 “부작용 증상이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불신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불이익에 차별까지… 미접종자 '백신 테러'
코로나19 대응체계가 백신 접종을 전제로 하는 '위드 코로나 및 백신 패스'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백신 미접종자에겐 불이익을 준다.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거나 매번 PCR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백신 패스 정책이 불합리한 시스템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어린아이가 고열이 나는데도 음성 확인서를 가지고 와야 접종이 가능해 며칠 동안 진료를 보지 못했다는 사례를 보고 백신 패스가 부족한 점이 많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과 내 대면 행사 참여 조사에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씨는 “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선거운동본부 본부원이지만,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대면 선거운동 가능 대상자에서도 배제됐었다”고 했다. 이어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교내 대면 활동 참여 대상에서 제외됐단 사실이 불쾌했다”며 “직접 사회적 약자가 되어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백신 접종 거부가 20대에서 유독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21년 9월에 발표된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장승진, 장한일 교수의 ‘백신 접종의 정치 심리학: 코로나19 음모론, 정부 대응 평가, 그리고 백신 접종’ 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백신 접종 거부자들에 대해 정치심리학적 요소를 이용해 접근했다.

이 연구논문은 백신 접종 의사를 종속변수로 설정해 '귀하는 혹시 정부에서 승인한 백신을 접종하셨습니까?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접종할 생각이 얼마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활용해 데이터를 조작화했다. 설문은 2021년 3월 18일부터 25일까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백신 접종 거부 비율, 전체 17.7% 20대 34.7%
통계 결과 전체 응답자의 17.7%가 백신을 접종 받을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유보적 태도를 보인 비율은 22.5%였다. 이에 비해 20대는 34.7%가 백신을 접종할 의사가 없으며, 25.4%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비율이 백신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또한 백신 접종 의사가 전혀 없는 20대는 전체 응답자 중 41.4%를 차지했고, 접종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20대는 전체 응답자 중 32.5%였다.
장승진 교수는 “추후 연구를 더 진행해 봐야 하지만 20대로 한정했을 때의 통계 결과는 눈여겨볼 만한 수치”라며 “전체 응답자 중 백신에 대해 부정적 비율이 17%가량인데 20대는 34%로 사실상 2배가량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반강제적'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가정의학과 출신 서울아산나은의원 김영주 원장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의사들 입장에선 백신을 맞는 게 좋다고 생각하긴 하나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처럼 영유아들이 필수 접종해야 하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편견이 생기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