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자기 통제 어려움
OTT 서비스, SNS, 게임 등 원인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B대 재학생 3학년 최모(여·22·수원시 정자동) 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스크린 타임’을 확인한 결과,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유튜브를 하루에 4시간 정도 보고 게임은 3시간 정도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나갈 일이 없으니 집에서 스마트폰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밤 12시가 되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다가 새벽 4시에 잔다”며 “심할 때는 아침 8시에 잔 적도 있다”라고 했다.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일상의 패턴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스마트폰을 많이 만지지도 않았다. 휴학한 이후에 시간이 많았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도 거의 안 봤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업이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이 확연히 늘어났다고 한다. 그는 비대면 수업이라는 환경적 요인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심리적 요인이 디지털 기기 중독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에 적응해 나가야 했다. 비대면 수업의 특성상 강의 시청이나 과제 수행을 하기 위한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공부하다가도 쉽게 유튜브·넷플릭스·왓챠플레이·웨이브 시청,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기기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은 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제된 지 1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제력을 잃고 디지털 기기 중독 증세를 겪었다는 대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을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중독의 원인은 △비대면 수업 전환 후 자기 통제의 어려움 △유튜브·넷플릭스·왓챠플레이·웨이브와 같은 OTT 서비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의 SNS △게임 이라는 네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비대면 수업 전환 후 자기 통제의 어려움
S대 재학생 2학년 김모(20·서울시 성수동) 씨는 비대면 수업이 시행된 이후 디지털 기기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비대면 수업은 강의를 다 들으면 전산상으로는 출석이 100%로 처리가 되니 대충 수업을 듣고 스마트폰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활이 1년째 반복되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자기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스마트폰을 하거나 집중을 안 하면 옆 사람들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학교까지 시간을 들여서 왔는데 굳이 다른 일을 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눈치를 볼 사람이 없으니 스마트폰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저녁 6시가 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약속도 줄어들고 나갈 일이 없으니 시간이 남아도는데 그 시간을 모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하는 데에 사용한다. 스스로 자괴감이 들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넷플릭스·왓챠플레이·웨이브와 같은 OTT 서비스
OTT 서비스란 인터넷이 제공되는 곳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를 의미한다. OTT 서비스에는 유튜브·네이버TV와 같은 무료 서비스, 넷플릭스·왓챠플레이·웨이브·티빙과 같은 유료서비스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OTT 서비스 이용자들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10월에는 261억 원이었던 한국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결제 금액은 1년 만에 500억 원을 돌파했다.
H대 재학생 4학년 정모(여·22·수원시 우만동) 씨도 코로나19 이후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1시간 정도 영상을 보던 전과 다르게 하루 4시간 이상은 무조건 영상을 시청한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늪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늪에 빠지면 나오기 힘든 것처럼 비슷한 영상을 계속 추천해서 붙잡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약속이 훨씬 줄어들었고 심심하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재미있는 영상이 없는지 습관적으로 찾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만 있으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다가 알바 갈 시간이 되어 나가야 하는데 중요한 장면 전이라 알바를 할 때도 계속 생각났다. 넷플릭스에 있는 드라마들은 이미 완결된 작품들도 많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결말을 볼 때까지 본다.”
정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다르게 과도한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익명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코로나 언제 종식되냐. 언제까지 집에서 넷플릭스만 봐야 하는데 이제 볼 것도 없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의 SNS
S대 재학생 2학년 한모(20·서울시 상도동) 씨는 매일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한다. 한씨는 “공부할 때도 집중이 안 되고 폰이 하고 싶다. 강의가 흘러가고 있는데도 폰을 할 정도라 스스로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로 중독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디지털 기기 중독 원인을 인스타그램·페이스북 피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NS를 켜자마자 다른 사람의 게시물이 뜨는 것을 피드라고 하는데 내려도 내려도 새로운 게시물이 나오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더라도 손으로는 계속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대 재학생 3학년 정모(여·23·서울시 창동) 씨는 “코로나19 이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기계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코로나 이후 집에만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량이 훨씬 늘었다”고 했다. 그는 “대면 수업을 하던 이전과 달리 공부 중 SNS를 자연스럽게 하는 등 다른 곳으로 새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라며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게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게임 이용 시간과 비용 지출이 유의미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연령별로는 20대 이하가 30대 이상보다 게임 이용률이 높았다”며 “게이머 중 91.1%는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PC방 방문 대신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모바일 게임에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Among Us!’, ‘배틀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 게임’ 등이 있다.
K대 재학생 3학년 이모(여·21·서울시 신길동) 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씨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카트라이더를 자주 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한 판에 2~3분 정도로 짧다. 그런데 짧다는 생각 때문에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가면 얘기도 하고 그럴 텐데 집에만 혼자 있으니 자연스럽게 스마트폰만 하게 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게임은 지금만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디지털 기기 사용량은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
D대 재학생 2학년 박모(21·부산시 남포동) 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구매했다. 박씨는 태블릿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기기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책을 스캔해 태블릿으로 필기를 한다. 종이가 거의 필요 없다. 이제 공부할 때마저도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도 코로나19 이후에 태블릿을 새로 산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가 디지털화를 빠르게 이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사기는 했지만 편리함을 한번 느껴보니 이제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며 “디지털 기기 중독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기기 중독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편리함 때문에 끊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디지털 기기 사용량은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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