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삶이 취미 취미가 삶]
인생은 긴 여행이다, 즐기자
삶의 과정도 취미처럼 즐겨야
제주 정착과 함께 온 코로나 팬데믹은 내 취미생활 중 하나인 해외여행을 지난 5년간 멈추게 했다. 물론 삶 자체가 여행이요, 집을 나서는 모든 행위가 여행이라고 여겼던 나에게 팬데믹이 삶을 좌우할 만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다른 나라를 찾아 그 지역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문화와 예술, 음식을 즐기고 그 추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내 바람에 비한다면 상당히 아쉬운 기간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랜 침묵을 깨고 아내와 일본 고베 여행을 다녀왔다. 3박4일 고베 여행의 하루는 일본 최고의 온천지대로 평가받는 아리마 온천 지역이었고, 또 하루는 일본 국보이자 최고의 성으로 손꼽히는 히메지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꾸렸다.
고베에서 아리마 온천으로 가는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는 숙소가 있는 산노미야역 근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가는 방법으로, 30분만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산을 넘어 우회하는 경로를 택했다. 전철, 버스, 트램, 다시 버스, 케이블카를 환승하는 2시간 여의 다소 불편한 방법을···.
혹자는 편한 방법을 놔두고 왜 어려운 방법을 택하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속도와 편안함은 느낌과 추억을 잃게 한다’라는 필자의 지론에 따른 행동이었다. 특히 여행의 의미는 단순히 어디에 다녀왔다는 '목적'을 두고 가는 의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여행의 모든 과정을 즐기고 추억하는 데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다른 고장의 문물과 자연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실제 여행의 패턴을 보면 취지와는 맞지 않는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특징 지운다면 보고 즐길 수 있는 목적지에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닿고, 과정은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만을 꿈꾼다. 여행사의 광고 문구도 유사하다. '내 집처럼 편안한 여행'이라는 문구로 유혹하곤 한다.
그러나 여행을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각오로 임하라고 강조하는 필자의 말을 상기한다면 그러한 여행은 허무맹랑한 바람이자 무의미한 행위이다. 여행 이외의 다른 취미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힐링과 만족을 위한 취미 생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취미생활도 모두 즐겁고 보람찬, 그리고 뭔가 풍성한 보상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취미라도 얼마큼의 희생과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삶의 모든 과정을 취미처럼 즐기려면 어느 정도의 고통과 고난은 감내해야 한다. 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그 극복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수밖에 없다.
이제 며칠 있으면 우리는 모두 2024년이라는 여행을 마치고 새 여행을 떠난다. 다소 힘들고 어려워 보이더라도 인생이란 여행에선 당연히 있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희망차게 2025년이란 여행을 맞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