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삶이 취미,취미가 삶]
취미 생활로 본 부부상
부부의 취미 생활도 조화와 균형이 필요

“내가 다시는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 가나 봐라.”
오래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어느 부인이 투덜거렸던 말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신혼여행 이후 오랜만에 부부가 필리핀의 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물을 좋아하는 남편과 산을 좋아하는 부인 사이에서 쌓였던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유리알같이 투명한 바닷속, 그 속을 노니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 천국 같은 그 속에서 남편은 눌러앉고 싶었을 겁니다. 여행 기간 내내 남편은 물속에 있었고, 물을 싫어하는 부인은 여행 내내 바닷가 벤치 신세만 지고 왔다는 얘기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골프 좋아하는 남편이,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한답시고 허구한 날 라운딩을 나가니 보다 못한 부인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직장 생활을 하느라고 고생 많았으니 내가 이제는 맞춰 줘야지 했는데 해도 너무 하더군요. 이젠 맞춰주는 것도 질렸습니다. 체력도 못 받쳐 주고요.”
부부의 취미생활을 기준으로 부부상을 생각해 봅니다. 인생 후반부는 특히, 취미생활을 통해 서로 간 조화를 이루고 관계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인생 전반부, 직장 생활이나 사업을 할 때에는 서로 간에 대한 이해를 나눌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직장을 나온 후엔 소위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부 부부관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부부간의 취미생활을 살펴보며 부부상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봤습니다. 지속적 갈등 잠재형, 수수방관 관심 외형, 한 방향 강요형, 그리고 조화와 균형 지향형입니다. 부부간의 관계가 어느 형태일 때 가장 원만하고 행복한 관계일지는 짐작 하시리라 믿습니다.
먼저, 상대방의 취미생활을 놓고 왈가왈부하면서도 가끔은 상대방의 취미에 동참하는 척,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지속적 갈등 잠재형’입니다. 이해를 가로막는 벽이 높아지는 순간 터지게 되는 아슬아슬한 관계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가장 위험한 부부관계일 수도 있는데, 바로 ‘수수방관 관심 외형’입니다. 당신이 골프를 치건, 댄스를 배우건 나는 신경 쓰지 않겠다. 그냥 서로 이해하는 척하며 무난히 지내자 하는 형입니다. 책, 불륜의 심리학을 보면 이 틈새로 무언가는 스며들게 됩니다. 어떤 유형이든 ‘파탄’이더군요. 겉으로 보기는 평온해 보이는 잉꼬부부들의 전형입니다.
‘한 방향 강요형’은 그동안 내 할 것 제대로 못 하고 당신을 위해 희생해 왔으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무조건 따라서 하라는 형입니다. 이 형태는 상호 무시나 파탄으로 이르는 길에 접어드는 유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조화와 균형 지향형’ 부부 관계입니다. 이는 가장 바람직한 관계이자 지향해야 할 부부상입니다. 상대방의 취미생활도 존중해 주고 나의 취미생활에도 동참시키면서 서로의 취미생활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로도 삼고 서로의 성격과 취향을 맞춰가는 형입니다.

몇십 년을 함께 살다가 늘그막에 성격이 맞지 않아서 헤어지기를 결심했다는 부부에게 해 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란 원래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이어 온 관계입니다. 성격이 같으면 절대로 오래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부란 서로 다른 성격을 이해하며 조화와 균형을 맞춰가는 사이입니다.”
여러분의 부부관계는 안녕하신가요? 현재 자신의 부부관계가 어떤지 한번 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걸 대놓고 물어보고 파악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사람의 취미가 무엇인지, 서로 다른 취미생활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산이 좋은데 상대방이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배려 차원에서 나는 혼자 산에 갑니다’라는 말로 포장하지 마십시오. 그건 따로국밥이지 균형과 조화를 이룬 비빔밥이 아닙니다.
부부간의 취미생활에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합니다. 그건 취미생활을 넘어 부부간의 조화롭고 행복한 관계의 바로미터이니까요.
여성경제신문 한익종 발룬티코노미스트·알나만교장 immagic5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