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삶이 취미, 취미가 삶]
부부 사이가 180도 정반대라고요?
함께 하는 취미로 극복하세요
단, 이해와 배려는 기본입니다

여러분의 부부 사이를 각도로 표현한다면 몇 도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면에서 너무 잘 맞으니 0도? 아니면 그저 그러니 90도 정도? 정반대이니 180도?

우리 부부의 관계를 각도로 표현한다면 180도입니다. 20대 초반에 결혼해 이제 40여 년을 훌쩍 넘긴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면, 아니 지금도 우리 부부는 정반대입니다. 성격이나, 섭식이나, 취미나, 행동이나, 모든 면에서 맞는 게 거의 없으니, 각도로 치자면 180도 정반대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부부 사이의 각은 얼마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바람직한 부부 사이의 각을 0도, 소위 궁합이 딱 맞아떨어져서 다툼이나 갈등이 전혀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또는 그를 부러워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부관계에서 0도, 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관계가 낳는 결과는 흥미 감퇴, 무료, 안일, 무관심, 지루함, 새로운 유혹에 취약함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정적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폭풍전야 같은 삶이라고 할까요? 나쁜 표현으로는 그런 척, 또는 무감각하게 사는 것이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심해지는···.

반면에 180도의 부부 사이는 어떨까요? 갈등, 반목, 이별 가능성 높음 등···. 이 또한 부정적 결과를 보입니다. 딱 맞아 떨어져도 문제, 정반대여도 문제인데 그런데도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180도 다른 부부 사이를 택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놀라운 반전에 있습니다.

부부 사이가 아무 문제 없는, 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관계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특별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새로움을 찾는 인간성에 비추어 보면 긍정적 결과보다는 부정적 결과가 많더군요.

반면에 180도 다른 부부 사이에 단어 몇 개가 개입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것은 내가 '인간관계의 시멘트'라고 칭하는 이해와 배려라는 단어입니다. 이해와 배려는 실로 놀라운 반전을 가져옵니다. 성격이나 모든 행동, 습관이 정반대인 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삶을 이어가는 비결엔 이해와 배려라는 단어가 함께 합니다.

사려니숲길을 걷는 부부. 부부란 인생을 함께 걷는 사이이다. /한익종
사려니숲길을 걷는 부부. 부부란 인생을 함께 걷는 사이이다. /한익종

제주 올레 13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알나만에는 많은 올레꾼의 방문이 이어집니다. 예전에 방문했던 여인 둘이 생각납니다. 홀로 걷는 그들에게 왜 혼자 걷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남편과 졸혼, 황혼이혼을 고려하고 있는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제주에 왔다고 하더군요. 결별하고자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성격 차라고 합니다. 이런 말을 해 줬습니다.

“부부는 원래 성격 차가 있는 겁니다. 성격 차이가 없었다면 만나지도,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부부란 태생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라고요. 우리 부부의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오래전, 40대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직원의 결혼식에 주례사를 두어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결혼 선배로서 들려준 말이 있습니다.

“두 분은 사랑으로 만났지만, 앞으로는 배려로 함께 가야 합니다.”

다툼이 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갈등을 겪는다는 것은 봉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부한 말 한마디 하죠.

'비 온 뒤에 땅 굳는다.'

180도 다름은 0도 같음보다 더 매력적입니다. 더 희망적입니다. 단, 서로에 대한 꾸준한 이해와 배려라는 시멘트가 있어야 합니다. 배려와 이해에는 '일방'은 없습니다. 상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룻바닥에 앉아 모시 가리개를 대나무 대에 끼우고 있는, 내가 봐서는 답답하리만치 천천히 끼우고 있는 아내를 보며 빙긋이 웃어 봅니다. '어휴, 답답해. 이리 내봐. 무슨 일을 그렇게 하나?' 하던 옛 나의 모습이 생각나서입니다. 우리 부부는 정말 180도 다릅니다.

180도 다른, 아니 어차피 다른 성격과 습관을 지닌 두 사람이 만나 부부라는 삶의 여정에서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키울 수 있는, 아니 원래는 있었지만 모르고 있던 그 이해와 배려를 찾고 함께 키워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취미생활입니다.

제주 비양도에서의 우리 부부. 매년 한 번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서로를 바라보며··· /한익종
제주 비양도에서의 우리 부부. 매년 한 번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서로를 바라보며··· /한익종

혹시 배우자의 취미를 보고 그를 비난하고 폄훼하고 계십니까? 혹은 너는 너, 나는 내 취미의 길로 계속 가겠다고 고집하고 계십니까? 전자의 경우는 180도 다른 갈등의 생활을 끝까지 하겠다는 자세이고, 후자는 어쩌면 0도(같다는 포장)의 관계라고 우기며 가는 자세입니다. 두 경우 모두 종국에는 파국입니다.

똑같은 취미를 가졌더라도 그를 즐기고 함께 하는 데에도 차이는, 갈등은 있습니다. 부부간의 서로 다른 취미는 당연히 몰이해와 무관심, 갈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해와 배려만 있다면 180도 다른 관계가 오히려 약이 된다는 것을 우리 부부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다름의 인정은 상호이해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해와 배려는 부부관계의 시멘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세가 어디 부부관계만일까요?

여성경제신문 한익종 발룬티코노미스트·알나만교장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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