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은행 기반 TF 구성 잇따라 출범
민간 움직이는데 제도·감독체계는 미완성

빅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TF를 잇달아 구성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빅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TF를 잇달아 구성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카카오, 토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 정비에 나섰다.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민간 기업들이 TF를 구성하고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독자적인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제도적 대응이 뒤따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토론회와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발행·유통과 관련한 제도적 기반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TF를 신설했다. TF장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TF 활동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과 전략을 살피는 등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6건을, 카카오뱅크는 4건을 각각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그룹 내 은행·증권사·간편결제 플랫폼을 모두 보유한 카카오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플랫폼 유통, 결제, 보관 등 전 주기를 자사 내에서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토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전담 TF를 구성하고 사업성 검토에 돌입했다. 김규하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중심으로 꾸려진 TF에는 토스의 금융 계열사 3곳이 참여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TF 진행 과정에서 참여 계열사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6월 박상진 대표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가 도입된다면 선도적 역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두나무와의 협력을 통해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시스템통합(SI) 업계에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은행, 증권사, 간편결제사 등의 기존 결제·정산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맡을 주체가 SI 기업이기 때문이다. LG CNS는 향후 과제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담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고속 처리형 블록체인 전환에 대한 개념검증(PoC)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일부 검토 단계이거나 고도화 방향성에 포함된 초기 기획 수준으로 풀이된다.

빅테크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간편결제 플랫폼을 중심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직접 송금과 법정통화 연동 기능을 통해 발행사뿐 아니라 결제 인프라 전반에 신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다는 점은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발행·유통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선점 경쟁은 사업 축소나 법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민간 발행에 대한 당국의 정책 방향과 국제 규제 기준의 정합성은 향후 시장 진입과 확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TF 구성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제도 정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 기능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제도적 통제가 없으면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참여하려면 중앙은행의 관리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제도적 전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TF 구성은 민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막을 필요는 없다"면서  "국회, 정책 당국에서 통화 주권이나 자본 유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한 입법과 제도 정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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