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테더 한국행, 제도 공백 속 발빠른 접촉
통화 주권·금융 안정성 우려 속 입법 과제

스테이블코인 업체 서클(Circle) 히스 타버트 사장이 한국을 찾아 4대 금융그룹·은행 경영진들과 잇따라 만난다. 일부 금융그룹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면담에 나서며 국내 금융권 최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막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린 만큼 글로벌 발행사가 제도 정비 이전부터 나선 선제적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서클은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하는 기업이다. 시가총액 1위는 테더(Tether)가 발행하는 USDT이며 USDC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히스 타버트 총괄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지냈으며 이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거쳐 2023년 서클에 합류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히스 타버트 서클 총괄사장은 이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같은 날 타버트 사장과 면담할 예정이며 우리금융에서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KB금융지주에서는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는 이창권 부문장(부회장)이 각각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국제 송금 활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의 연동 가능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면담과 관련해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그룹사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는 중”이라며 “진 회장의 이번 면담도 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만큼 서클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USDC의 국내 활용 방안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타버트 사장과 30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한은 관계자는 “서클 측에서 예방 요청이 와서 응했다”며 “두 분이 배석자 없이 대화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사들도 이미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이나 TF 구성 등 사전 정비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IT기업은 자체 발행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가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하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가운데 한국 역시 규제와 산업 육성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은은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유출입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관련 제도 보완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꼭 필요하지만 은행부터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발행 주체 역시 고객신원확인(KYC) 시스템을 갖춘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에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본자유화를 허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 자본 규제를 사실상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글로벌 발행사들의 선제적 움직임이 커질 경우 정책과 금융안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통화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 기능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제도적 통제가 없으면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며 "국회 및 정책 당국에서 통화 주권이나 자본 유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한 입법과 제도 정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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