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지배구조가 한국 기업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운용자(GP)로 통제권을 확보하고 한국은 출자자(LP)로 기술과 자금만 제공하는 구도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자국 인프라 재건과 경제안보 기금 조성에 직접 활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하며 싱가포르에 투자법인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해외 현지 조선소 인수, 현대화, 기자재 공급망 강화가 목적이다. 그럼에도 미국 법인을 싱가포르 투자법인 산하에 둘지 HD한국조선해양 밑에 둘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마스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설립될 미국 법인이 단순 사업법인이 아니라, 한미 조선·방산 협력펀드와 직결된다는 점이 변수다. 약 1500억 달러(208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이 펀드에서 HD현대가 확보할 몫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펀드 구조가 사모펀드 형태이기 때문에 미국은 GP로서 의사결정권과 통제권을 확보하고 한국은 정책금융을 통한 출자자 역할에 그칠 공산이 크다.

HD현대의 싱가포르 투자법인은 동남아 자회사 지분을 모으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이 컨퍼런스콜에 나서 합병 배경과 사업 재편 방향을 설명했지만 “왜 기존 지주회사(HD한국조선해양) 이외에 또 다른 법인을 두는지” “현금 출자가 언제 실행되는지” 등 핵심 의문은 해소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구조가 단순한 합병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사모펀드 모델에 한국 기업이 편입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HD현대는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와 기술 자문 역할을 맡아 투자 타당성 검토와 보증 성격의 포지션에 머문다. 반면 서버러스 캐피탈은 펀드 운용사(GP)로서 투자 전략 수립, 의사결정, 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즉 “돈과 기술은 한국이 대지만, 굴리는 건 서버러스” 구조다. 이뿐 아니라 신설 미국 법인은 IFRS(국제회계기준)상 관계기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단순 금융투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IFRS 지침에 따르면 20% 이상 지분 보유와 더불어 실질적 영향력이 있어야 지분법 회계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한미 공동투자는 한국이 자금을 대고 미국이 통제권을 행사하는 구조여서, 연결 재무제표상 단순 투자자산(FVOCI)으로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계적으로도 전략적 지분이 아니라 수익 배분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자산으로 남게 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보조금 및 제도적 지원을 조건으로 기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 정부 자금이 현지 조선소 소유구조까지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이미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취득한 선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 내 생산·소비다. 특히 존스액트가 적용되는 미국 조선소는 법적으로 독립 운영체로 굴러가며 한국 모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 지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수익은 배당 형태로만 회수할 수 있어 한국 본사로 유입되는 실익은 제한적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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