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내 대형 조선사 첫 통합
美 군함 시장 진출 전략적 포석
2035년 방산 매출 10조원 목표
베트남 등 해외 생산거점도 확대

세계 1위(단일 조선소 수주량 기준) 조선사 HD현대중공업이 계열사 HD현대미포조선과의 합병을 전격 발표하며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국내 대형 조선소 간 첫 통합으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글로벌 함정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간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는 향후 임시 주주총회 및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출범한다. 합병은 HD현대미포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HD현대중공업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병 비율에 따라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되는 방식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 특수선 부문 매출이 1조1447억원이었음을 고려할 때 9배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 측은 합병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지목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에 함께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직접 수조원 규모 투자 프로그램 조성 관련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마스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배를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미 해군이 향후 30년간 약 1500조원을 들여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을 고려할 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한 조선사다. 특히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등 최신예 군함 건조 분야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미 함정 MRO 사업 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고, 지난 5일엔 미 해군 7함대 소속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HD현대미포는 4개의 도크를 보유한 중형 선박 부문 세계 1위 조선업체다.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비롯해 컨테이너운반선, 가스운반선, 자동차운반선, 벌크선 등을 주로 만든다.
이번 합병은 국내 최대 함정 건조 실적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에 HD현대미포가 갖춘 △함정 건조에 적합한 사이즈의 도크와 설비 △우수한 인적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군함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최근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쇄빙선 건조 부문에서도 양사의 기술과 생산역량을 결합해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을 오는 12월 싱가포르에 설립키로 했다.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효율적인 통합 운영체제를 만들어 중국 조선사들에 밀려 빼앗긴 시장을 빠르게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