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美 공화당 핵심 세력 부상
트럼프 정부 협력 불가피
감정적 대응은 매우 위험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개최 약 세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언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과 국내 극우 세력 간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간)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며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게시했다. 이어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는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러한 발언이 우리나라 극우 세력과 미국 MAGA 세력 간 결탁의 결과가 아닌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의구심을 갖는 것은 자유이고 일정 부분 타당성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집권당 인사들이 언론에 이런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자칫 한미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미국은 2026년 연방 중간선거(하원·상원·주지사 등)와 주·지방 동시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공화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MAGA 세력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AGA 세력은 일반적으로 백인 중장년층 기독교 보수파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과거 비주류였던 MAGA 세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공화당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유능한 선거 전략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는 MAGA 세력처럼 과격한 인물은 아니고 실제로 온건한 공화당 인사들을 지원한 이력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녀 자신도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인적 성향과는 별개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MAGA 세력의 지지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운영에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MAGA 세력의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MAGA 세력을 수용하고 활용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현실에 직면해 있는데 이 점을 우리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국내 극우 세력과 MAGA 세력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싶겠지만 현시점에서 미국 측에 MAGA 세력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MAGA 세력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MAGA 세력의 반발로 인해 미국 정부의 대한민국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세련된 외교적 접근이 요구된다. 그 방식은 백악관과 대통령실 사이에 핫라인을 상시 가동하여 오해를 최소화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MAGA 세력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MAGA 세력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번하게 타국 영토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곤 한다. 1기 집권 당시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었고 2기에도 희토류 확보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그린란드 영토 편입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캐나다를 향해서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발언도 반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기여가 있었지만 우리는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주한미군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싶다"라는 트럼프의 발언이 나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발언들이 단순한 외교 전술을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MAGA 세력과 '인식의 공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즉 그는 단지 MAGA 세력을 선거용 협력자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MAGA 세력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극도로 민감하고 복잡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고 이럴수록 더욱 신중하고 현명한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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