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규모 추경 편성해 내수 소비 활성화
유통업계, 규제 강화·상생 모델 도입 전망
전문가들 “지나친 규제, 역효과 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국내 식품 및 유통업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 진작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의 공정경제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는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 제조업체, 중소상공인 간의 관계 재편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확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같은 규제 강화 정책 추진이 전망되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직후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는 비상경제대응TF를 구성해 단기적 응급 처방과 중장기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환으로, 소비 진작과 경제 성장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화폐와 소비쿠폰 확대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지역화폐의 효과를 강조해왔으며, 대통령 당선 후에도 이를 국가 차원에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지역화폐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사용처를 지역 상권으로 제한해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다는 것이 취지다. 민주당은 공약집을 통해 지역화폐 발행을 국고로 지원하고, 이를 의무화해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유통업계에는 규제 강화와 상생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유통 대기업과의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모색해왔다. 그는 유통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일 확대와 같은 규제 강화가 검토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기존의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공휴일로 조정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 감소와 중소상공인의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대형마트와 슈퍼의 영업 손실이 약 30조원에 이르렀으며, 의무휴업 확대 시 일자리 감소와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또한 가맹점주와 입점업체 권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가맹점주, 대리점주, 수탁사업자, 온라인 플랫폼 입점사업자 등의 단체 등록제와 단체협상권 부여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186명 찬성으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 가맹본부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해당 개정안의 통과와 공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향후 유통업계의 거래 관행과 공정한 상생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에선 물가 안정과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민 생활 안정과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비의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식품 가격 안정화 정책을 강화하고, 중소 식품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푸드테크와 그린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식품 유통 구조 개편을 통한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식품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 일상화에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에는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국내 매출 신고 의무,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외부 결제 차별 금지 등을 포함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유통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정 거래와 상생을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서는 당분간 규제보다 내수 회복과 유통 시장 활성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시행 중인 규제들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소비자들의 편의성만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며 “가족 구조 변화로 1인 가구가 늘면서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를 하는 소비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는 앞으로도 어려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면 유동 인구와 상권 활력이 더 위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직매입 비중을 확대하면서 플랫폼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이중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고 있다”며 “현재 소비 침체와 오프라인 유통업계 위축 상황을 고려할 때, 규제보다는 내수 활성화와 소비 진작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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