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무의도
해수욕도 하고 조개구이도 먹고
파라다이스호텔서 예술품 감상도

 

갯벌 저녁노을 /박종섭
갯벌 저녁노을 /박종섭

가왕 조용필 씨의 노래 ‘여행을 떠나요’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

유난히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마침,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숙소 할인권에 당첨되었으니 여행을 가자고 했다. 멀지 않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숙박권이었다.

송파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다. 호텔이건 펜션이건 어디든 좋았다. 바쁜 아들딸들이 휴가를 내고 일정을 잡아 떠났다. 꽤 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서울 시내에서 오가는 거리 정도였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숙소 /박종섭
인스파이어 리조트 숙소 /박종섭

숙소에 도착해 보니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꽤 규모가 큰 5성급 호텔이었다. 다목적 공연장과 쇼핑물, 워터파크 시설이 갖추어져 큰 규모의 건물 세 개가 서로 통해 있었다. 대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1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도착한 날에도 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숙소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하늘에는 5분 간격으로 인천공항을 떠나는 비행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해안 덱길 절경 /박종섭
해안 덱길 절경 /박종섭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무의도를 향해 출발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용유도로 지명이 따로 있는 섬이다. 그리고 용유도에서 좀 더 가면 대무의도와 소무의도의 작은 섬이 있고 실미도가 가까이에 붙어 있다. 숙소에서 승용차로 20~30분이면 어디든 둘러볼 수 있다.

무의도에는 하나개 해수욕장이 있고 여러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숲길을 따라 해안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 세트장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배우 권상우와 최지우의 드라마 속 슬픈 이야기가 아련히 떠오른다.

세트장을 지나 해변가로 나오면 무의도 해변의 절경인 해안 절벽으로 덱 길이 이어진다. 해안 절벽 바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무리와 절벽의 절묘한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다. 바다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가 눈부시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시원한 파도 소리는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아름다운 갯벌 저녁노을 /박종섭
아름다운 갯벌 저녁노을 /박종섭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 관광을 마치고 다시 용유도로 복귀하여 서해안 조개광장에서 조개구이를 주문했다. 서해안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코스가 아닌가 싶다. 바닷가에 위치한 조개구이집에서는 넘어가는 석양을 볼 수 있다. 숯불에 입을 벌리는 조갯살과 술 한잔은 최고의 조합이었다.

조개구이와 면 사리로 저녁을 먹다 보니 해는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바닷물이 빠지며 갯벌이 드러난 해안을 거닐다 보니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소라, 고동 껍데기들이 남아있다.

비었나 싶어 뒤집어 보니 작은 게 한 마리씩이 들어가 있다. 작은 게들이 살겠다고 빈 껍질에 들어가 하나씩 집을 차지하고 있다. 자연의 생태계는 이렇게 신비하게 돌아간다. 물 빠진 해변의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너무도 아름다워 한참 동안 우리는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 /박종섭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 /박종섭

이튿날은 모처럼 휴가답게 즐기기로 했다. 오전에는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잠시 쉬었다가 유명하다는 커피숍을 들렸다. 베토벤하우스에서는 클래식 음악은 물론 뮤지컬 음악이 20여 개의 스피커를 통하여 울려 나오고 있었다. 200인치 전동스크린에서는 영상이 함께 나오고 편안한 좌석에 앉아 책도 읽고 여유 있게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커피숍을 나와 영종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라다이스 시티 예술품 투어를 하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띄는 작품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었다. 'Great Gigantic Pumpkin'으로 우리가 흔히 '호박'이라 부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내가 오래전 일본 나오시마를 방문했을 때 놀랐던 작품이다. 나오시마섬은 쿠사마 야요이의 섬이라 할 정도로 그의 작품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부둣가에 있던 큰 배의 벽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

2022년 11월 서울 옥션 경매에서 그의 작품 '호박'은 64억2000만원에 낙찰되었다. 10살 무렵부터 강박을 앓았던 장애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한다. 현재 일본의 대표적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환상적인 오로라 미디어 쇼 /박종섭
환상적인 오로라 미디어 쇼 /박종섭

파라다이스 호텔 전시에는 모두 21점의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 한국인 작품도 몇 점이 있는데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과 최정화 작가의 '골드 크라운'이다. 또 하나 백남준 작가의 '히치콕(Hitchcocked)'이 있었다. 히치콕의 영화 <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 한다.

파라다이스 시티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별도로 도슨트 투어도 하고 있었다. 작품 21점을 안내에 따라 모두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인스파이어 호텔 2층에서는 오로라 미디어 아트가 매시간별로 상영되고 있었다. 3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규모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즐기고 사진 촬영을 한다.

여행의 진정한 맛은 먹거리 /박종섭
여행의 진정한 맛은 먹거리 /박종섭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가끔은 떠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더운 날씨니까 어디 가기 귀찮기도 하지만 일단 떠나 보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더워서 어디를 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떠나보니 인천 영종도 하나개 해수욕장이나 을왕리 해수욕장은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더위를 피해 떠나니 시원한 바다도 보고 파도 소리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바닷가에서 먹는 것은 진수성찬이 아니라도 분위기가 있다. 가족과 함께,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더욱 즐겁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만난 뜻밖의 예술품들은 눈을 호강하게 했다. 비싼 호텔에서 묵는 것도 좋지만 얼마든지 경치 좋은 펜션도 곳곳에 있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장소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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