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서울서 강릉·묵호 찍고 돌아오기
지자체가 지원하는 여행지 찾아
즐겁게 여행하면 지역경제 살고
모두 상생하는 여행길 아닐까요

주로 여행은 차를 갖고 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차를 가져가는 것은 먼 거리를 왕복 운전해야 해서 피곤하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테마캠프여행사에서 하는 ‘[푸른바다 기차여행] 강릉 동해 당일 여행’ 코스가 있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묵호로 돌아오는 하루 여행이었다.
예약하고 당일 아침 일찍 잠실 롯데마트 앞으로 나갔다. 광화문에서 손님을 태우고 잠실을 거쳐 강릉을 향해 출발하는 관광버스다. 우리까지 승선하니 45인승 버스가 빈자리 없이 만석이다. 서울을 벗어나니 차창에 펼쳐지는 푸른 숲과 높고 낮은 산 능선의 모습이 아름답다.
모내기한 논에는 겨우 땅 내를 맡은 벼가 짙은 녹색으로 착상을 알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우리나라 국토는 산지가 70%를 차지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작년 몽골 사막을, 올봄 이집트 사하라 사막을 보았던 터에 이렇게 산이 겹겹이 쌓인 내 나라 산을 보니 얼마나 축복받은 땅인지 감사하다.

어느덧 강릉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에 도착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해송, 그리고 백사장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는 소문대로 예쁜 카페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커피 향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예전 노동자들을 위한 자판기 커피가 늘어서 있던 이곳은 유명 바리스타가 정착하고, 이름있는 브랜드 카페가 들어서면서 관광 명소가 되었다. 당시 거리에 있던 자판기 두 대가 상징적으로 거리에 남아 있다.
근처에 커피콩이란 카페를 찾아 바다 전망이 좋은 2층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하다.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카페를 나와 백사장 길을 따라 걸으니 여러 종류 커피잔 모형이 포토 존을 이루고 있다. 백사장 가까이 서 있는 빨간색 우체통이 눈길을 끈다. 느린 우체통이라 쓰여있고 뭔가 사연을 적어 부치면 1년 뒤에나 배달된다고 한다.
점심때가 되어 강릉 중앙시장으로 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해서인지 배가 고프다. 대부분 여행은 단체로 한 식당을 지정해 함께 했는데 이번 여행은 개별 중식이다.
규모가 큰 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시장 간판에는 유명한 메밀 부침개, 팥죽, 감자전, 국밥, 수산물, 옹심이 등 다양한 먹거리로 즐비하다.

우리는 수산물 시장을 찾아 먼저 회 한 접시와 매운탕을 시켰다. 광어, 우럭회는 물론 큰 어항에 헤엄치는 오징어를 직접 잡아내 오는 횟감이 여간 싱싱하지가 않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우럭찜을 몇 번이고 서비스로 내주신다. 역시 바닷가 근처 산지에서 먹는 회 맛은 최고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시장 구경을 나섰다. 아이스크림 호떡집 앞에 긴 줄이 있어 우리도 줄을 서서 두 개를 샀다. 사람들이 왜 줄 서는지 알게 하는 별미였다.

오늘 여행 중 빅 이벤트는 낭만 열차를 타는 것이다. 강릉역에서 정동진을 거쳐 묵호항까지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열차다. 추억여행을 하는 4칸짜리 꼬마열차다. 열차는 동해안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정동진역에 다다른다.
정동진역은 해돋이로 유명한 장소다. 전에 해돋이 보러 왔었기에 오늘은 정동진역을 통과하기로 한다. 잠시 정차 후 묵호항을 따라 다시 출발하니 바다와 자그마한 어촌마을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지나간다. 언젠가 한 번은 타고 싶었던 기차다.
겨울에는 흰 눈 내리는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낭만 열차다. 연인들이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많이 찾는 여행코스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열차를 타고 지나 보니 마음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묵호역에 열차가 도착하고 곧이어 묵호등대를 향하여 오른다. 올라가는 좁은 길에는 담벼락을 따라 이어지는 벽화를 볼 수 있다. 비탈진 언덕에 자리 잡은 논골담길은 묵호항이 1941년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되며 커지자,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1970년대 호황기를 누렸던 묵호항의 이야기가 담장 곳곳에 그림으로 새겨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논골담길은 감성 스토리를 지닌 어촌마을로 탈바꿈했다. 논골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 좋은 카페가 위치한 바람의 언덕을 만나볼 수 있다.
높은 언덕 꼭대기에는 아직도 등대가 있어 밤에는 멀리 42㎞ 떨어진 곳에서도 그 불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한여름 밤에는 묵호항 일대를 오가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불빛들이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등대 옆 계곡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여러 가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높이 59m의 스카이워크는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또한, 공중을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과 87m 길이에 27m 높이의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색다른 스릴을 제공한다.
어두운 밤 비가 내리면 푸른 도깨비불이 번쩍였다는 구전이 전해지는 도째비골은 스카이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이라 한다. 언덕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는 동해안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하기에 너무도 좋은 전망을 선사한다.

이번 여행은 지자체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보조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 증거로 강릉역과 묵호항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강릉 중앙시장 앞에서 증거 사진을 남겼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저렴한 여행비를 내고 좋을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 경비는 1인당 3만8900원이었다. 편안하게 버스로 오가고 낭만의 기차를 탈 수 있어 좋았다. 오랜만에 출렁이는 동해를 보고 맛있는 점심과 커피를 하며 힐링했다. 조금은 시간과 여유가 있는 은퇴자들이 바람도 쐴 겸 이렇게 여행하면 지역경제도 더욱 살릴 수 있어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모처럼 형제들도 함께한 가족 여행이 만족한 여행이 되어 행복한 하루였다. 다음 일정은 화재로 어려움을 겪는 경상도에 갈까 싶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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