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한국 노인 빈곤율 OECD국가 중 1위
소득 대체율은 노후보장에 충분할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행복한 노후

행복한 은퇴 생활, 우리나라는? /게티이미지뱅크
행복한 은퇴 생활, 우리나라는?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

은퇴 설계라고 하면 대부분 은퇴 직전에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란 아득한 먼 훗날의 일이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은퇴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라고 물으면 대답은 비슷하다.

“아유! 은퇴 준비요? 지금도 먹고살기 힘든데 여유가 있어야 하죠. 벌써 해요?”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노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2023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년’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OECD가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OECD 평균 14.2%의 3배)로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불명예를 15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노인 소득 빈곤율이 40%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노인 빈곤층이라는 뜻이 된다. 에스토니아 34.6%, 라트비아 32.2%, 리투아니아 27.0%로 발트 3국이 우리보다도 낮다. 미국은 22.8%, 일본은 20.0%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노인 빈곤율이 한 자릿수인 나라는 아이슬란드 3.1%, 노르웨이 3.8%, 덴마크 4.3% 등이다.

은퇴 후엔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연금이 생활하기에 부족하다면? /게티이미지뱅크
은퇴 후엔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연금이 생활하기에 부족하다면?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왜 높을까?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퇴직 전 급여에 비해 적은 연금 때문이기도 하다.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40% 정도에 불과해 OECD 평균 50.7%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인들의 유일한 안정적 수입은 연금이지만 한국의 연금은 1988년에 도입되어 노인들이 연금을 받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 탓이 크다.

66~75세의 소득 빈곤율은 31.4%인 데 비해 76세 이상은 52.0%로 한국 노인 빈곤율은 고령층으로 갈수록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66세 이상 여성의 소득 빈곤율은 45.3%로 남성 34.0%보다 11.3% 높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미취업 인구가 많아 연금 급여는 적은데 기대수명은 길기 때문이기도 하다. OECD는 “한국의 연금제도는 미성숙하며 고령 노인이 받는 연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이 도입되기 전 노후 준비는 하기 어려웠다. 내 집 마련이 급선무였고 자녀 교육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대부분 은행 대출을 안고 집을 샀고 주택자금의 원리금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유달리 높은 교육열로 노후 자금으로 쓰여야 할 여력이 사교육비로 들어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나이를 먹었다. 옛날 대가족제도 아래서는 당연히 자녀들이 부모를 모셨고 자녀가 부모를 책임졌으니 걱정이 없었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었다. 노부모 부양 의식이 달라졌고 평균 여명은 길어졌으나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노년을 맞이한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이유는 그렇게 나왔다.

연금으로 보내는 행복한 노후 /픽사베이
연금만으로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픽사베이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은 내 노후를 보장할 만큼 충분할까?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시작되었다. 국민연금이 도입되어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수령액은 노후 생활 하기엔 대부분 넉넉하지 않다. 오랜 기간 많은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은 좀 나은 액수의 연금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연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소득 대체율이 점점 떨어져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했을 때는 70%였던 것이 1999년 60%, 2008년 50%, 2023년 40%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국민연금 기금이 머지않아 고갈된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인구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앞으로 30년 뒤인 2055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되는 상황이 되어 국민연금 개혁안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중요한 문제는 소득대체율이 처음 70% 수준에서 40%로 낮아졌으니 연금만으로 생활이 풍족하지 않다는 데 있다.

최소한의 보장은 되나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개인이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은퇴 설계를 벌써 해야 하나요?”하는 질문에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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