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60년을 함께 노래한 쎄시봉의 우정
그들과 함께 울고 웃던 통기타 세대
마지막 쎄시봉 완전체 라스트 콘서트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의 시간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 포토존 /박종섭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 포토존 /박종섭

그동안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쎄시봉이 마지막 공연을 한단다. 10월 11일 서울을 시작으로 12월 6일까지 전국 순회를 하는 일정이다. 통기타 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과 감성을 전해준 전설 같은 멤버들이다.

가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과 MC 이상벽의 완전체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1960년대 서울 명동의 작은 음악다방 ‘쎄시봉’에서 시작된 이들의 통기타 문화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 한국 대중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그들은 영어 팝송을 번안하거나 직접 작사·작곡한 자작곡을 선보였고 좋은 곡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팝, 포크, 재즈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흔들었다. 당시 이들의 통기타 음악은 청년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림픽홀 공연장 전경 /박종섭
올림픽홀 공연장 전경 /박종섭

이들의 평균나이는 78세이다. 맏형 조영남은 80이라 한다. 한창 젊음의 상징이었던 이들의 나이를 듣는 순간 잘못 들은 것 아닌가 싶어 놀란다. 나이를 보면 그들이 왜 ‘라스트 콘서트’라 부르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얼마 전 조영남이 천재라고 부르던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가 세상을 떠났고, 코미디 개그계의 대부라 칭송하던 전유성도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 나 또한 통기타 세대로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살아왔으니, 그들의 완전체를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것은 아쉽고 섭섭한 일이다.

녹음한 노래를 듣는 것과 현장에서 숨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라이브로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고 싶어 한 번은 꼭 현장을 찾게 된다. 그래서 위대한 탄생의 조용필의 콘서트도,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공연을 했던 가왕 나훈아의 콘서트도 찾았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내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이름 모를 소녀’ ‘하얀 나비’ ‘저 별과 달을’ 등을 불렀던 가수 김정호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 후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던 천재 가수 김정호는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노래는 쓸쓸했고, 가슴을 울렸고 애달파졌다. 그가 죽기 전 나는 통기타를 치면서 그가 노래 부르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습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 장면이 영상처럼 떠오른다.

나는 그들만의 특유한 음색과 목소리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은 똑같은 노래라 해도 맛이 틀린다. 쎄시봉 멤버 중 누가 언제 어떻게 먼저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그들의 완전체는 다시 볼 수 없을지 몰라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올림픽 공원의 올림픽홀을 들어서니 벌써 인파가 가득했다. 초창기 MC 이상벽이 57년 만에 완전체가 되어 여러분 곁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명동 초창기 시절의 쎄시봉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그들이 수십 년을 이어온 우정의 이야기와 얽히고설킨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들려 주기도 했다.

김세환은 자기 노래는 없고 모두 형들이 준 노래로 히트하며 노래를 불렀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불과 윤형주, 송창식과는 몇 달 차이밖에 안 되어도 깍듯하게 형으로 모시며 함께해 왔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첫 출연자로 가장 막내인 김세환이 소개되었다. 늘 싱글벙글 웃음기 있는 얼굴의 만년 청년 같은 이미지의 김세환이다. 특유의 경쾌하고 소박한 목소리로 ‘길가에 앉아서’ ‘사랑하는 마음’ ‘좋은 걸 어떡해’ 등을 불러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서 윤형주가 서정적인 멜로디와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로 ‘비가 내렸네’ ‘조개껍질 묶어’와 팝송을 불렀다.‘비가 내렸네’는 영화 주제곡으로 소설가 최인호와 여관방에서 작곡한 곡이며, ‘조개껍질 묶어’는 의과 대학 시절 대천 해수욕장에 갔다가 여학생들과 기타 치며 놀다 30분 만에 지은 곡이라 했다. 이 노래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바닷가 캠프파이어에서 즐겨 부르는 명곡이다.

이어 송창식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독창적인 음악성으로 ‘한 번쯤’ ‘고래사냥’ ‘담배 가게 아가씨’ 등을 불렀다. 또한 송창식과 윤형주가 함께 했던 <트윈폴리오>는 ‘웨딩케이크’와 ‘하얀 손수건’을 불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독창 무대로 조영남은 유머와 재치를 겸비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첫 데뷔곡 ‘딜라일라’는 대학 3학년 때 미8군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다. 성악을 했던 목소리는 그 울림통이 대단하여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자신의 자작곡 ‘화개장터’를 신나게 불렀고, ‘모란 동백’은 죽은 날 상가에서 불러줄 노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해서 웃음을 유발했다.

'라스트 콘서트' 마지막 실황 장면 /박종섭
'라스트 콘서트' 마지막 실황 장면 /박종섭

끝으로 한 사람 더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이장희 씨가 영상으로 쎄시봉의 공연을 축하해 줬다. 이장희도 한때 ‘그건 너’ ‘한 잔의 술’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노래로 인기를 누리던 가수였다. 지금은 울릉도에 집을 지어 살며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쎄시봉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만큼이나 특색이 있고 독특한 부분이 많다. 송창식은 자신이 만든 바지저고리 한복을 고집하며, 건강을 위해 빙글빙글 도는 운동을 지금도 몇십 년째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타 연습도 매일 몇 시간씩 한다. 목소리도 쓰지 않으면 늙는다고 발성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거의 60년째 해 오는 생활 패턴은 오후 2시 기상, 오후 7시 아침 식사 새벽 2시 저녁 식사를 한다고 한다. 처음 오후 2시 공연을 예약하고 보니 송창식의 출연이 없어 급히 저녁 6시 공연으로 티켓을 바꾸어 끊고 완전체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쎄시봉은 이번 순회공연을 하게 되면 이제 더 이상 완전체로 공연을 하지 않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야 음악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그들 나이도 80살을 넘어 어쩔 수 없이 노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넷이 함께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듯 우리도 넷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했다.

쎄시봉 완전체의 노래도 그러하지만, 개인이 갖고 있는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이다. 각각 특성 있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탁 트인 우렁찬 목소리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그동안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들이 나와 통기타 세대들이 뒤로 물러나야 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그들이 우상이었고 기쁨이었다.

가장 선두에 섰던 쎄시봉이 라스트 콘서트를 한다니 한편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제 녹화된 것이나 녹음기로 그들의 음악을 듣는 수밖에는 없다. 그동안 좋은 음악으로 우리와 함께해 줬던 쎄시봉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다시는 못 볼 그들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빈다.

“라스트 콘서트 쎄시봉! Thank You! Good Bye!”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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