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내 은퇴자 주거 단지
학생 등록·기숙사로 인허가 시도
학교복합시설법 기반 제도화 추진

복지시설이 아닌 교육시설로 제도화하려는 새로운 노인 주거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기숙형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공동체)’는 입주자를 평생교육원 학생으로 등록시키고 주거공간은 기숙사로 인허가받는 구조다. 최근 시행된 학교복합시설법과 도시계획시설 규칙 개정이 맞물리며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지시설이 아닌 교육시설로 제도화하려는 새로운 노인 주거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기숙형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공동체)’는 입주자를 평생교육원 학생으로 등록시키고 주거공간은 기숙사로 인허가받는 구조다. 최근 시행된 학교복합시설법과 도시계획시설 규칙 개정이 맞물리며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지시설이 아닌 교육시설로 제도화하려는 새로운 노인 주거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기숙형 UBRC(대학 연계형 은퇴자 공동체)’는 입주자를 평생교육원 학생으로 등록시키고 주거공간은 기숙사로 인허가받는 구조다. 최근 시행된 학교복합시설법과 도시계획시설 규칙 개정이 맞물리며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UBRC는 대학 유휴부지에 은퇴자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건강관리 서비스, 거주시설을 통합하는 구조다. 김종률 한국UBRC위원회 위원장은 본지에 “기숙형 UBRC는 노인을 학생으로 간주해 기숙사에 입주시키는 방식”이라며 “복지시설이 아닌 교육시설로 제도권 내 정착을 시도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남서울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해당 모델을 설계 중이며 2026년 7월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남서울대 UBRC 조감도 /한국UBRC위원회 제공
남서울대 UBRC 조감도 /한국UBRC위원회 제공

이 모델의 제도적 기반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교육부가 2023년 3월 발표한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이다. 학교복합시설은 학교 부지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육, 돌봄, 문화, 체육시설 등을 복합 설치·운영하는 형태다. 기존에는 유치원, 초중등 부지를 활용했으나 대학 부지까지 복합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기반은 국토교통부가 올해 4월 개정한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이다. 대학 내 편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개정된 ‘학교복합시설법’은 지난 1월 공포돼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이다. 폐교도 학교복합시설로 활용할 수 있으며 학교복합시설 건립 시 지자체에서 해당 건립비와 운영비를 지원하고 교육부의 학교복합시설에 대한 국고 지원의 근거가 마련되는 등 내용이 담겼다. 대학 내 생활 기반 복합시설 도입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공공성 유지, 영리 목적 제한, 학습권 침해 금지, 지역사회 연계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책 추진 기관도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문대 총장 세미나에서 차명돈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환경개선본부장은 “2026년 사립대학 학교복합시설 사업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는 자문·컨설팅과 대학·지자체 간 사업 조율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복합시설은 지자체 재원으로 건립하고 소유 및 운영권을 명확히 구분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복합시설이 추진되면 “대학의 추가적 재정 수입 확보, 지역사회 협력, 평생교육 공간 활용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률 위원장은 기숙형 UBRC가 ‘기숙형 학사(BTO 방식)’ 모델로 제도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은퇴자를 ‘원생’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위한 전용 학사시설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교육과 복지라는 공공 목적을 충족하며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학교복합시설법 등 기존 법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시설이 ‘기숙형 학사시설’로 구성될 경우 건축법상 교육시설로 분류될 수 있어 주택법이나 민간임대주택법이 아닌 교육 목적 기반의 거주 공간으로 등록할 수 있다. 건축 인허가나 재산세 등에서 법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제도권 진입을 위해선 입주자가 평생교육원 소속 원생으로 등록돼 있어야 하며 학습 목적과 활동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사 생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기숙사 운영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생활비와 학사 비용을 분리하는 등 수익과 공익을 이원화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학교복합시설법이 전면 시행되면 UBRC 모델에도 직접 적용이 가능해진다”며 “이미 폐교 활용과 관련한 조항은 일부 통과됐고 남은 후속 절차는 최종 검토를 거쳐 9월께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령 체계에서도 평생교육원 등록을 통한 기숙사 인허가는 가능하지만 관련 법령이 본격 시행되면 보다 명확한 근거를 갖추게 된다”고 했다. 교육부의 인허가가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선 “현재 장관 공석 등의 사정으로 검토가 늦어지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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