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어쩌다 한 달, 이탈리아 (15)
중세를 살고 있는 붉은 도시



사이프러스 길을 지나
가슴 뛰게 하는 구릉이 나타난다.
끝없이 말려 올라가던 언덕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감탄을 품고 있다.
걷고 걷고 걷는다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시에나
중세가 지금도 유효한 옛 도시를
걷고, 바라고, 들이마시고, 다시 걷는다.
피아자 델 캄포는
세월이 부린 부채처럼 펼쳐져 있고
말이 달리던 자리를 사람이 메운다
시에나, 닿을 수 없는 신을 위해 지은 도시
성당은 하늘을 향해
질문을 뻗던 돌의 기도
노래는 책이 되고
빛은 그림이 되어
중세의 시간은
금사(金絲)로 꿰매어져 숨 쉬고 있다
시에나, 붉은 시간의 고도
굽이굽이 골목, 겹겹이 쌓인 너를 따라
돌고 돈다. 한 겹 더 깊어진다.
여성경제신문 박재희 작가 jaeheecal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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