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과 실버타운 중간 수요
실버타운 요양급여 제공 제안
중산층 비용 부담 완화 기여

장기요양등급 3~5등급을 받은 경증 수급자 중 재가 서비스만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존재한다. 이들의 주거 모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실버타운에서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장기요양등급 3~5등급을 받은 경증 수급자 중 재가 서비스만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존재한다. 이들의 주거 모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실버타운에서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드니 하나둘씩 고장은 나는데 장기요양보험 받을 정도는 아니에요. 실버타운도 들어가고 싶기는 한데 '요양 돌봄'을 받기는 어렵잖아요. 이런 노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실버타운도 장기요양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기요양등급 3~5등급을 받은 경증 수급자 중 재가 서비스만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존재한다. 이들의 주거 모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실버타운에서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계 구조가 중산층 노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실버타운의 운영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발간된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돌봄주택 공급 방안’에 따르면 현재 연령대별 장기요양 인정자 비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65세 이상 경증 요양자(3~5등급 및 인지 지원 등급)는 2023년 92만명에서 2050년에는 283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현재 장기요양 시설급여 이용자의 69%도 경증 요양자”라며 “후기 고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중증 요양자의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장기요양시설을 경증 요양자를 위한 거주형 시설로 간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시설급여와 재가급여로 나뉘는데 원칙적으로 시설급여는 1‧2등급 중증 수급자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하지만 현실에서는 3‧4‧5등급 중에서도 가족 수발이 어렵거나 문제 행동이 있어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시설 입소가 허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요양시설 입소자 다수가 경증 수급자인 3등급이고 정작 1‧2등급 중증 수급자들은 요양병원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시설은 중증 대상에 맞춰 인력과 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실제로는 돌봄이 덜 필요하지만 혼자 있긴 불안한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는 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버타운은 입주했다가 몸이 나빠지면 퇴소하거나 외부 요양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번거롭고 불편해 결국 거주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3~5등급 경증 수급자에게 적절한 형태의 주거 돌봄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기요양 인정자가 일정 비율 이상인 서비스제공주택의 경우 운영자가 직접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포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서비스 특성과 제공 방식에 부합하는 별도의 수가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비스제공주택은 실버타운, 실버주택 등 고령 친화적 주거 공간에 돌봄서비스를 결합한 주택을 의미한다. 포괄적 급여 제공은 △신체활동 지원 △일상생활 지원 △개인위생 △식사 △재활 △간호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 항목을 하나의 통합된 급여 단위로 묶어 일괄적으로 제공하고 이용자 1인당 1일 기준으로 고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송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실버타운에 30~40명이 경증 요양자면 재가급여 이용하는 게 원칙이므로 외부 요양보호사가 각자 3시간씩 방문해서 돌보는 식인데, 이러한 경우 돌봄 공백도 크고 비효율적이다. 시설에서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괄적으로 수가를 받으면 인력 운영도 효율적이고 입주자에겐 상시 돌봄이 가능해 안정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돌봄 인력이 부족해질 것을 대비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구조적 제안”이라며 “입소자의 요양 서비스 접근성과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 측면에서 필요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제공주택은 일반주택과 달리 돌봄, 생활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포함함으로써 주거의 기능을 확장한다. 다만 이는 높은 운영비용을 초래해 거주자에게 장기적인 경제적 부담을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기요양보험 급여 제공은 운영 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확보해 중산층 고령자의 경제적 접근성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동일한 장기요양 서비스를 실버타운에서도 제공한다면 그 행위에 대해서는 보험 수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입주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현재 요양시설에 적용되는 수가 구조를 실버타운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고 원가 구조나 피보험자 기여도 등을 고려해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유료 노인홈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요양 서비스와 인력을 갖추면 개호보험에서 수가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요양시설 입소를 늦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집이나 유료노인홈에서도 수가가 적용될 수 있도록 통합 개호체계를 설계한 것이다. 실버타운처럼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공간에서 수가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 시설 입소보다 재정 부담이 덜하다는 정책적 판단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 이런 흐름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또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국민 설득과 사회적 합의를 동반한 정책적 유도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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