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尹탄핵 반대 당론 폐기 주장 안 받아
보수층 상당수조차 지지 않는데 잠잠
내란 특검 정치인 수사, 방어할 필요성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연합뉴스

요즘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현상 중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폐기하자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당헌이나 당규를 바꾸자고 주장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당헌과 당규는 정당의 헌법이나 법률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론을 바꾸는 것은 그와는 다르다. 더구나 ‘탄핵 반대’라는 당론을 바꾸자는 주장이 전혀 수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이른바 ‘친윤’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주류 세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상식’에 해당한다. 

지난 6월 6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대선 사후 조사(6월 4일과 5일 양일간 전국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중 ‘계엄 옹호/내란 동조’가 30% ‘국민의힘이 싫어서’가 19%로 나타났다. 

이는 김문수 후보의 낙선 사유에서 ‘내란 동조’ 문제와 정당 소속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물론 김문수 후보가 대선 직전까지 탄핵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그의 책임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볼 때 국민의힘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13일 발표한 자체 정례 여론조사(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6% 국민의힘 21%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보수층 상당수조차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위기 상황인데도 국민의힘의 현재 대응은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말 ‘특이한’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약간의 희망이 있다면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저마다 자신은 ‘친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친윤’이라는 ‘정치적 라벨’을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곧 그 라벨로는 정치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인식에 만족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보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단순히 ‘탄핵 반대’ 당론을 폐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을 ‘보수의 호적’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더구나 곧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 등 사상 초유의 ‘사정 정국’이 대한민국을 덮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란 특검이 본격 가동되면 일부 국민의힘 인사나 보수 진영 인사들이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건희 특검은 공천 개입 문제 명태균 씨 문제 건진법사 문제 등에 대한 수사를 포함하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예상된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내란 세력과는 분명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주장한 ‘5대 개혁 방안’을 먼저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낮은 지지율을 가진 상태에서 국민이 자기편에 서서 자신들을 방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망상은 자유지만 그러한 망상은 자신의 존재가 유지될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과연 국민의힘이 자기 존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재편이 시급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여성경제신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sh@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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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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