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구조·입주 기준 등 대부분 유사
"하나의 실버타운 제도화 필요" 지적
보조금 받는 '무료 시설'과 구분해야

실버타운은 '노인복지주택' 혹은 '유료양로시설'로 등록되지만 법적으로는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개념이다. 명칭만 다를 뿐 운영 형태는 거의 유사한데도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통합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하는 시설들을 나눠 관리할 이유가 없다"며 실버타운의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시설들은 법적으로 유료양로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분류만 다를 뿐 운영 방식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유사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버타운이라는 명칭이나 운영 기준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상 노인주거복지시설에 해당하며 통상적으로 노인복지주택 또는 유료양로시설 중 하나로 운영된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며 입주자의 비용 부담으로 운영되는 유료 시설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노인복지주택이 도입되기 전까지 실버타운은 유료양로시설로 운영됐으나 1989년 노인복지주택이 도입되면서 실버타운의 종류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지금도 더클래식500, 미리내실버타운 등 중대형 실버타운 중 일부는 법적으로 '양로시설'로 분류돼 있다. 이들 시설은 노인복지주택 제도가 마련되기 이전 설립된 경우가 많아 양로시설로 허가를 받았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은 제도상 명칭과 인력 기준만 다를 뿐 운영상 큰 차이가 없다”며 “예전엔 노인복지주택이 분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구분이 뚜렷했지만 지금은 둘 다 임대 중심이라 실질적 차별점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시설 형태에 따라 인력 기준 등 행정 규정은 다소 차이가 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시설기준 및 직원 배치 기준에 따르면 유료양로시설의 시설기준은 침실, 사무실, 식당 및 조리실, 프로그램실, 의료 및 간호사실, 비상재해대비시설, 요양보호사 및 자원봉사자실, 체력단련실, 화장실, 세면장 및 목욕실, 세탁장 및 세탁물 건조장이다.
노인복지주택의 시설기준은 침실, 관리실(사무실, 숙직실 포함), 식당 및 조리실, 프로그램실, 의료 및 간호사실, 비상재해대비시설, 체력단련실, 식료품점 또는 매점, 경보장치다.
유료양로시설의 인력 기준은 50명 가정 시 최소 12명이다. △시설장 1명 △사무국장 1명 △사회복지사 1명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입소자 50명당 1명 △요양보호사 입소자 12.5명당 1명 △영양사 1명(1회 급식 인원이 50명 이상인 경우 한정) △조리원 2명(입소자 100명 초과할 때마다 1명 추가) △위생원 1명(입소자 50명당 1명)이며 입소자가 증가할수록 인력이 증가한다.
노인복지주택은 최소 3명으로 △시설장 1명 △사회복지사 1명 △관리인 1명이다. 입소자가 증가해도 법적인 규제는 없다.
이 사무국장은 “노인복지주택은 30세대 이상만 허용되고 유료양로시설은 10인 이상이면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고 시설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구조다”라고 했다.
이어 “입주자 수에 따라 인력 기준이 정해진 유료양로시설과 달리 노인복지주택은 법적으로 직원 3명만 있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차이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대부분 더 많은 인력을 두고 있어 실질적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운영 현장에서는 입주자의 건강 상태나 생활 방식에 따라 유료양로시설 형태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양로시설로 운영 중인 A 실버타운 원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우리 시설의 특징은 공동생활이 많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입주자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건강 이상 등 긴급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유리하다”며 “80세 이상 고령 입주자가 많은 시설일수록 돌봄 공백을 줄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로시설 형태가 더 적합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실버타운'이라는 유형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희 사무국장은 “유료와 무료양로시설이 법적으로 구분되지 않아 유료양로시설은 3년에 한 번씩 복지부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무료와 달리 유료양로시설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시설임에도 평가를 받아야 하다 보니 일부 시설은 이걸 피하려고 노인복지주택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두 제도를 굳이 구분해 운영할 필요는 없다”며 “유료양로시설이든 노인복지주택이든 결국 노인주거복지시설이라는 큰 틀에서 하나의 제도로 법제화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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