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지정 탈락 시 경력단절·실업 우려
지자체별 다른 기준에 현장선 혼선 지속
“절차는 있지만, 종사자 보호 장치는 없다”

"요양원이 문을 닫아도 입소 어르신은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보호받아요. 그런데 요양보호사는 법적 보호 절차 자체가 없어요. 직장을 잃는 거죠. 경력 인정도 안 돼서 장기근속수당조차 끊길 수 있어요. 직원 잘못이 아닌 시설 운영자의 잘못으로 문을 닫는데도 요양보호사는 동네북 취급이에요."
올해 6월부터 시행된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가 요양보호사들에게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정갱신제는 지난 2019년 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지정일로부터 6년이 지난 장기요양기관은 재지정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첫 제도 시행에 따라 약 1만 7000여 개소가 심사를 받는다.
요양서비스 질 향상과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도입된 지정갱신제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에게는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지정갱신제를 통해 지정이 취소된 요양시설에 입소한 수급자는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다른 시설로 이관된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는 이 같은 법적 보호 절차 없이 직장을 잃게 된다.

현장 종사자들은 ‘부적격 시 해고’라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특히 장기근속수당을 비롯한 보상 체계가 기관 단위로 묶여 있어, 이직 후에도 같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 역시 제도 운영의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지정갱신제는 제도 설계 초기부터 운영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기관마다 준비 범위가 상이하다는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장기요양기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복지부 지침대로 준비했는데 시청에서는 추가 서류를 더 요구했다”며 “인근 지역 다른 기관과 비교해도 요구 문서가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관련 커뮤니티에는 ‘지자체별로 해석이 달라 문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지자체 담당자의 행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민원 폭주로 인해 일부 지자체는 설명회를 따로 열거나 관련 자료를 다시 배포하는 상황이다. 진주시는 제도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정심사위원회 규칙’을 개정하고, 관내 138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한철수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가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정갱신제 교육을 실시했지만, 각 지자체의 이해도 차이로 인해 현장에서 요구 서류나 절차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중앙회는 각 시도지회와 협력해 혼선이 발생한 지자체의 사례를 취합하고, 복지부 질의를 통해 기준 정리를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정갱신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기관이 즉시 폐쇄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절차를 거치며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종사자들에게 직장 폐쇄 예고를 한 뒤 인력 조정 및 전환 협의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재취업은 가능하지만 경력 단절로 인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점은 제도 설계 시 추가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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