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있어도 못 들어가"
건강·소득도 입주 조건

"보증금 준비됐는데 대기만 6개월입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70대 A씨는 최근 수도권 유명 실버타운에 입주 신청을 했다. 그런데 건강상태 확인과 심리적 안정성 진단 등의 사유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해당 시설은 현재 5:1의 입주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소 입주 대기 기간이 4개월 이상이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기권 실버타운 시장에서 지역 간 ‘입지 프리미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 접근성, 문화시설 밀집도, 대중교통 연결성 등이 우수한 강남, 과천, 성남(판교), 일산 지역 실버타운의 입주 수요는 급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해당 지역 실버타운의 경우 초기 보증금 3억원 이상에도 불구하고 대기 수요가 꾸준하다”며 “자녀들이 인근에 거주하거나, 대형 병원과의 연계 시스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최근 고급형 실버타운들은 입주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재산, 건강 상태, 인지능력, 가족 구조 등을 종합 평가하며 일부 시설은 비공식적으로 자녀 동의서나 심리상담 결과까지 요구한다.
한 실버타운 입주 상담팀장은 “정기적인 의료·심리 상태 점검을 통해 커뮤니티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너무 건강하거나 반대로 의료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경우 모두 탈락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교육 여건 따라 지역 가치가 결정되듯 고령자 주거 시장에서도 ‘노인의 강남 8학군’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의료기관 접근성은 물론, 문화생활 인프라와 지하철·버스 교통망이 입지 선호도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실버타운이 특히 인기인데, 강남판교과천 라인은 교통 편의성과 병원 밀집도가 높아 입주 대기자 비율도 높다.
공공 실버타운은 대부분 중위소득 이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 민간 실버타운은 가격대가 높고 대상 입주자 기준이 선별적이라 ‘양극화된 노인 주거 시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훈 고령사회금융연구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공공과 민간 사이의 중간지대에 있는 고령층, 특히 자산은 있으나 소득이 부족한 은퇴자들이 사실상 갈 곳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고령 인구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실버타운 시장은 점점 프리미엄화, 선별화, 입지 집중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입지·소득·건강 조건이 맞아야 입주 가능한 지금의 실버타운 구조는 노인복지보다 시장논리에 치우쳐 있다. 제도적 기준 마련과 공급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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