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이콘, 한국에 상륙하다
트럭, 도심·오프로드를 넘나들다
비싸지만 완판 이유 있는 인기

포드 모델 T 런어바웃 픽업바디(Ford Model T Runabout with Pickup Body) /포드
포드 모델 T 런어바웃 픽업바디(Ford Model T Runabout with Pickup Body) /포드

1925년 포드가 모델 T의 뒷부분을 잘라내고 작은 적재함을 얹은 차를 내놓았다. 이름은 포드 모델 T 러너바웃 픽업.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대량 생산 픽업트럭이었다. 당시 미국은 산업화와 함께 농업이 발전하던 시기였다. 넓은 농장을 가진 농부들은 짐을 싣고 나를 차가 필요했고 광산과 건설 현장에서는 공구와 자재를 실어 나를 차량이 요구됐다.

픽업트럭은 그렇게 태어났다. 초기에는 단순한 짐차였다. 하지만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전역한 군인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원했다. 도심을 벗어나 교외에 집을 짓고 여가를 즐기기 시작했다. 트럭은 더 이상 일만 하는 차가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낚시와 캠핑을 떠나는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됐다.

1960년 쉐보레 C/K 시리즈(1960 Chevrolet CK) /플리커
1960년 쉐보레 C/K 시리즈(1960 Chevrolet CK) /플리커

1950~60년대 포드 F-시리즈와 쉐보레 C/K 시리즈가 대중화되면서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미국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은 일본 차에 눈을 돌렸지만 픽업트럭만큼은 예외였다. 크고 강한 트럭이야말로 미국적인 감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픽업트럭은 미국 도로의 절반을 차지하는 존재가 됐다. 그리고 지금 그 문화의 일부가 한국으로 건너오고 있다.

쉐보레 콜로라도. 2024년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쳤다. /김현우 기자
쉐보레 콜로라도. 2024년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쳤다. /김현우 기자

콜로라도는 쉐보레가 2004년부터 생산한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이다. 형님 격인 풀사이즈 픽업 실버라도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해 탄생했다. 국내에도 공식 출시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리고 2024년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친 3세대 콜로라도가 돌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과 성능이다. 신형 콜로라도는 전작보다 크기가 조금 더 커졌다(전장 5410㎜, 전폭 1886㎜, 축거 3337㎜). 기존 모델보다 15~20㎜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79㎜ 늘어나 안정감이 더해졌다.

측면에서 바라 본 콜로라도. 전장 5410㎜, 전폭 1886㎜, 축거 3337㎜. /김현우 기자
측면에서 바라 본 콜로라도. 전장 5410㎜, 전폭 1886㎜, 축거 3337㎜. /김현우 기자

디자인은 한층 더 강렬해졌다. 기존의 둥글둥글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각진 라인을 강조해 마치 아메리칸 머슬카 같은 느낌을 준다. 픽업트럭 특유의 강인한 인상을 가지면서도 도심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듬어진 것이 특징이다.

콜로라도 후면부 /김현우 기자
콜로라도 후면부 /김현우 기자

파워트레인은 2.7L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변경됐다. 최고출력 314.3마력, 최대토크 54kg·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루며 일반 도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서울 도심에서 콜로라도를 몰아봤다. 픽업트럭이지만 승차감이 투박하지 않다. 과거의 픽업트럭처럼 덜컹거리는 차가 아니라 SUV처럼 부드럽고 정숙하다.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적절히 걸러주고 차체가 커도 운전대는 부담스럽지 않다.

쉐보레 콜로라도 주행 영상 /유튜브

기어 노브 옆 다이얼을 돌리면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일반, 오프로드, 험지, 견인/운반까지 총 4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2.1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민첩하게 속도를 높인다. 고속 주행 시에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크지 않다. 터보차저의 개입으로 초반 가속이 부드럽고 변속 충격도 크지 않다. 다만 가속 간에 약간의 터보랙이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엔진룸 승객석 적재함 등 3개의 구조를 갖춘 모델로 험지에서 경량 화물을 적재하거나 견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김현우 기자
쉐보레 콜로라도는 엔진룸 승객석 적재함 등 3개의 구조를 갖춘 모델로 험지에서 경량 화물을 적재하거나 견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김현우 기자

오프로드에서는 진짜 콜로라도의 매력이 드러난다. 4륜구동 모드를 설정하면 거친 산길에서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험로 주행을 위한 편의장치도 눈에 띈다.

언더바디 카메라. 차량 하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돌이나 장애물을 피하기 쉽다. G-포스 및 피치·롤 정보. 차체의 기울기와 노면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힐 디센트 컨트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설정된 속도로 천천히 내려갈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11.3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계기판은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김현우 기자
센터페시아 상단에 11.3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계기판은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김현우 기자

픽업트럭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2열 공간이다. 보통 픽업트럭의 2열은 좁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다. 신형 콜로라도도 이 점에서는 완벽하지 않다.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고 레그룸도 SUV보다는 좁다. 하지만 기존 모델 대비 휠베이스가 늘어나며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됐다.

실내 인테리어도 변화가 크다.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반영해 11.3인치 터치스크린과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공조장치와 오디오 조작 버튼은 큼직하게 배치되어 운전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기어 노브 옆 다이얼을 돌리면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일반, 오프로드, 험지, 견인/운반까지 총 4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김현우 기자
기어 노브 옆 다이얼을 돌리면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일반, 오프로드, 험지, 견인/운반까지 총 4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김현우 기자

편의사양도 대폭 강화됐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110V·220V 전원 콘센트 제공 △무선 스마트폰 충전 패드가 지원된다.

올 뉴 콜로라도는 Z71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7279만원. 이전 모델보다 약 2500만원 인상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미국 생산 단가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400대 도입 물량이 완판됐다.

콜로라도의 후석. 키 175cm의 기자가 착석했을 때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픽업트럭 특성 상 시트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김현우 기자
콜로라도의 후석. 키 175cm의 기자가 착석했을 때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픽업트럭 특성 상 시트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김현우 기자

픽업트럭은 대중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 ‘필요한 차’다. 캠핑을 가거나 레저를 즐기거나 거친 도로를 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콜로라도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픽업트럭이 한국에서 필요할까?' 아마도 이 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원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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