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m의 덩치, 3열까지 넉넉한 공간
2.2t 견인력 갖춰 트레일러도 견인

처음 마주한 트래버스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장(車長)만 5.23m, 전폭 2m. 일반 SUV보다는 미니밴에 가까운 덩치다. 세단을 몰다 이 차에 오르면 마치 아파트 한 채를 움직이는 기분이 든다.
운전대는 의외로 가볍다. 거대한 체구는 고속에서도 흔들림이 없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서라운드 뷰카메라 같은 첨단 보조 시스템 덕에 도시 주행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 차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가족과 짐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는 차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대형 SUV다. 시승한 차량은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최상위 트림 하이컨트리. 3.6리터 V6 휘발유 엔진(314마력, 36.8㎏·m 토크)에 9단 자동변속기를 얹었고 필요에 따라 전륜/사륜 구동 전환도 가능하다.

길이 5.2m, 휠베이스 3m에 이르는 체급 덕분에 2열, 3열 모두 성인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특히 3열 레그룸은 850㎜로 여느 대형 SUV의 ‘긴급용 시트’ 개념을 완전히 벗어난다. 기본 적재 공간은 651L, 3열을 접으면 1636L, 2·3열 모두 접으면 성인 2~3명이 눕는 데도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트래버스는 ‘진짜 패밀리카’가 뭔지를 보여준다. 차량 전면과 후면, 측면에 모두 카메라를 달아 360도 시야를 확보하는 서라운드 뷰카메라, 차선을 밟으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햅틱 시트, 차 안에서 가전제품을 쓸 수 있는 220V 인버터까지 갖췄다. 1열 사이 센터 에어백을 포함한 총 7개의 에어백, 15가지 능동형 안전장치는 기본이다.
카니발처럼 실내가 넓은 차들은 많지만 트레일러를 직접 끌 수 있는 차량은 흔치 않다. 트래버스는 ‘토·홀(견인)’ 모드를 갖췄고, 최대 2.2t 무게의 카라반이나 타이니 하우스를 견인할 수 있다.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도 기본 장착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실내 디자인은 투박하고 8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소 작아 보인다. 최신 국산 SUV들이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와 대형 화면을 경쟁적으로 탑재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능에 충실한 실용주의’가 뚜렷하다. 미국 차 특유의 감성이다.
기본 모델인 ‘LT 레드 프리미엄’이 5640만원, 시승차인 ‘하이컨트리’는 6615만원이다.
트래버스는 2009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을 당시 ‘풀사이즈 SUV’로 분류됐다. 이후 기준 변경으로 현재는 ‘미드사이즈’로 불리지만 체급만큼은 국내서 찾기 힘든 수준이다. 연평균 10만 대 이상 팔리며 북미 시장에서 쉐보레의 대표 SUV로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캠핑·차박 같은 레저 수요가 커지는 요즘, 가족 모두가 여유롭게 탑승하고 짐까지 챙길 수 있는 차량은 분명 필요하다. 트래버스는 그런 의미에서 목적이 분명한 차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지만 가족을 위한 차라는 점에서 그 덩치는 오히려 든든함으로 다가온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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