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바람에도 일관된 플래그십 품격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2009년식 그랜저TG. 24년식 그랜저만의 일자 후면 램프가 인상적이다. /김현우 기자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2009년식 그랜저TG. 24년식 그랜저만의 일자 후면 램프가 인상적이다. /김현우 기자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깃든 차고 앞.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랜저 TG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0년 전 첫 시동을 걸던 날의 설렘이 아직도 기억난다. 묵직한 6기통 뮤 엔진의 진동, 진중하게 울려 퍼지던 엔진음, 그리고 나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 매일 출근길부터 가족과의 여행까지 그랜저 TG는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는 그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랜저TG의 빈자리를 채운 녀석은 2024년형 최신 그랜저였다.

2009년식 그랜저 TG와 2024년식 그랜저는 디자인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현대자동차의 일관된 철학적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고객의 감성적 가치 충족'이다. 현대차의 철학에서 그랜저는 고객의 감성적 만족을 충족하는 고급 세단이다. TG 모델은 ‘안정적인 주행감과 편안한 승차감’으로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감성적 가치를 중시했다. 반면 2024년형 그랜저는 기술적 진보와 현대적 디자인을 통해 정숙하고 세련된 안락함을 제공한다. 변한 것은 세부적인 기술과 설계 방식이지만 '오너가 느끼는 만족감'이라는 핵심 철학은 유지되고 있다.

2009년식 그랜저TG(왼쪽)와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전면 비교 /김현우 기자
2009년식 그랜저TG(왼쪽)와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전면 비교 /김현우 기자

고객 중심 철학은 그랜저의 실내 공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09년 TG의 실내는 고급 가죽 시트와 나무 패널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프리미엄 감성을 강조했다. 넓은 공간감과 부드러운 승차감은 기본이다. 2024년형 그랜저도 넓고 안락한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디지털 요소들이 대거 추가되었지만 승객이 느끼는 감성적인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은 여전히 핵심 가치다.

두 번째, '기술 혁신과 사용자 중심의 진화'다. 현대자동차는 기술 혁신을 브랜드 철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있다. 그랜저는 매 세대마다 최신 기술을 탑재하며 현대차의 기술력이 집약된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TG와 2024년 그랜저 모두 각각의 시대에서 기술적 선구자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지난 20년간 그랜저 실내 변천사. 왼쪽이 그랜저TG 모델의 실내다. /김현우 기자
지난 20년간 그랜저 실내 변천사. 왼쪽이 그랜저TG 모델의 실내다. /김현우 기자

그랜저 TG를 먼저 살펴보자.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었던 전자 제어 서스펜션, 후방 카메라, 전동 시트, 차량 안정성 제어 시스템(ESC) 등을 통해 세단의 주행 안정성을 강화하며 기술적 혁신을 선보였다.

2024년식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율 주행 보조 시스템, 최신 디지털 클러스터 및 커넥티드 카 서비스 등을 통해 현대의 최신 기술을 집약했다. 사용자가 더욱 편리하게 차량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비록 구체적인 기술들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지만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이라는 큰 틀은 TG에서 2024년형 모델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랜저TG(왼쪽)와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운전석 비교 /김현우 기자
그랜저TG(왼쪽)와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운전석 비교 /김현우 기자

세 번째,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의 균형'이다. 디자인 철학의 측면에서 그랜저는 항상 고급스러움과 미래지향적 요소의 조화를 추구해 왔다. 현대자동차는 세대마다 디자인 변화를 꾀하면서도 그랜저가 갖고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차별화된 정체성을 유지했다.

그랜저 TG는 전통적인 대형 세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당대의 차별화된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강렬하면서도 중후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TG의 디자인은 보수적이지만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2024년식 그랜저는 미래적인 디자인 철학인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를 통해 차별화된 실루엣을 제공한다. 더욱 강렬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변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프리미엄 세단'의 기품이 녹아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서 외관에서 느껴지는 감성적 인상까지 고급스럽게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차의 철학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왼쪽)과 2009년식 그랜저TG 후면 비교 /김현우 기자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왼쪽)과 2009년식 그랜저TG 후면 비교 /김현우 기자

네 번째, '주행의 안정성과 정숙성'이다. 그랜저는 항상 안정적인 주행 감각과 정숙성을 중시하는 세단이었다. TG의 경우 V6 엔진의 부드러운 출력과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주행 성능이 돋보였다. 이는 운전자와 승객에게 일종의 안정감과 신뢰감을 제공하는 요소였다.

2024년형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시승 차량은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하이브리드 특유의 조용함과 부드러운 주행감은 단순한 연비 향상을 넘어 정숙성에서 오는 고급스러운 경험을 선사했다. 엔진에서 전기 모터로 변화했지만 그랜저가 추구하는 정숙한 안락함은 유지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조용한 주행감은 모든 세대의 그랜저가 이어가는 중요한 본질이다.

09년식 그랜저TG(왼쪽)와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엔진룸 비교 /김현우 기자
09년식 그랜저TG(왼쪽)와 2024년식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엔진룸 비교 /김현우 기자

다섯 번째,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플래그십 세단의 자부심이다. 그랜저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세단을 넘어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로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차량이다. TG 시절에도 그랜저는 현대차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적 모델이었고, 2024년형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플래그십이라는 위치는 단순히 외형적인 면을 넘어서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 기술, 그리고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그랜저가 TG에서 2024년형 모델로 진화하는 동안 현대자동차가 지켜온 철학은 '고객의 감성적 만족과 프리미엄 경험 제공', '첨단 기술의 도입을 통한 사용자 중심의 진화' 그리고 '고급스러움과 미래 지향성의 조화'다. 본질적인 철학은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으며 그랜저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과 품격은 어떤 모델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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