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디자인, 부드러운 주행감으로 눈길
젊은 감각에 세련미 '오케이' 직관성은 '글쎄'

두둑한 퇴직금도 챙겼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올라가며 참 열심히 살았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을 억누르며 사느라 힘들었다. 나이 62세에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했다.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내 안에 불타오르는 열정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골프는 지겹다. 서핑, 자전거, 스키, 캠핑 모두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법인 차를 반납하고 나니 차가 없다. 아내가 타던 오래된 세단은 반평생 고생한 내 몸을 맡기기엔 부족했다. 액티브한 내 생활에 어울릴 SUV를 사기로 결심했다.

예산은 1억 남짓. 자주 차를 바꿀 시간도 없고 애프터서비스나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 무탈하게 탈 수 있는 차를 원했지만 너무 딱딱한 차는 싫었다. 그러던 중 제네시스에서 쿠페 SUV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네시스 GV80 쿠페. 일반 GV80과 달리 후면이 낮게 깎여 스포티하게 보인다. 쿠페(Coupé)는 자동차 외형의 한 종류다. 본래 2인승 또는 4인승이고 지붕이 낮아 실내 공간이 좁은 자동차를 의미한다. 쿠페는 프랑스어로 '자르다'라는 의미가 있다. /김현우 기자
제네시스 GV80 쿠페. 일반 GV80과 달리 후면이 낮게 깎여 스포티하게 보인다. 쿠페(Coupé)는 자동차 외형의 한 종류다. 본래 2인승 또는 4인승이고 지붕이 낮아 실내 공간이 좁은 자동차를 의미한다. 쿠페는 프랑스어로 '자르다'라는 의미가 있다. /김현우 기자

김영훈 씨(가명·62세)는 '나이 들어도 젊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항상 새로운 도전을 찾았다. 최근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를 찾기 시작했다. 평생 일궈온 업적을 기념하며 이제는 자신만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자 했다. 김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차량을 원했고 그 답은 바로 제네시스 GV80 쿠페 3.5였다.

GV80 쿠페를 처음 마주했을 때 김씨는 이 차가 단순한 SUV가 아님을 단번에 깨달았다. 전통적인 SUV의 강인함과 쿠페의 날렵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날카롭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단단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다이내믹한 성격을 느끼게 했다. 차체의 선명한 곡선과 대담한 그릴 디자인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2인치 다이아몬드 컷팅 휠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존재감은 덤.

제네시스 GV80 쿠페 모델에 적용된 22인치 다이아몬드 컷팅 휠. 4965㎜에 달하는 전장을 뒷받침하는 커다란 휠이 외관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김현우 기자
제네시스 GV80 쿠페 모델에 적용된 22인치 다이아몬드 컷팅 휠. 4965㎜에 달하는 전장을 뒷받침하는 커다란 휠이 외관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김현우 기자

GV80 쿠페의 운전석에 앉았을 때 무언가 허리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허리를 잡아주고 장시간 운전 시 자세를 교정해 주는 기능이 숨어있었다. 시니어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허리와 무릎의 통증은 장시간 운전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GV80 쿠페의 인체공학적 시트와 자세 교정 기능 덕분에 운전 피로를 느끼기 어려웠다. 1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14.5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모든 중요한 정보를 한눈에 제공하여 운전 중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주었다.

제네시스 GV80 쿠페 내부. 운전석에서 바라본 센터패시아 전경. 센터패시아는 심리스한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감성을 더하는 한편 터치 타입 공조 장치를 적용했다. /김현우 기자
제네시스 GV80 쿠페 내부. 운전석에서 바라본 센터패시아 전경. 센터패시아는 심리스한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감성을 더하는 한편 터치 타입 공조 장치를 적용했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100% 완벽한 차는 없기 마련이다. 디스플레이 계기판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174cm 남짓한 키에 맞춰 핸들 위치를 아래로 내리니 11시와 15시 방향으로 운전대를 잡았을 때 계기판 왼쪽 부분이 가려졌다. 

국내 도로 특성상 과속카메라가 많아 속도계를 확인하기 어려우면 시력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시니어 입장에선 꽤 당혹스러울 뿐 아니라 안전운전을 할 수 없게 된다. 속도계와 엔진회전수(RPM) 계기판을 좀 더 중앙으로 이동한다면 가독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계 오른쪽 위에 위치한 기어 단수 안내 화면도 왼쪽 손등에 가려져 '수동 모드'로 전환 시 단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실내 디자인 감성을 높이고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용된 디스플레이형 계기판. 다만 핸들의 높이를 낮추면 왼쪽 손에 계기판이 가려져 계기판의 일부를 볼 수 없게 된다. /김현우 기자
실내 디자인 감성을 높이고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용된 디스플레이형 계기판. 다만 핸들의 높이를 낮추면 왼쪽 손에 계기판이 가려져 계기판의 일부를 볼 수 없게 된다. /김현우 기자

GV80 쿠페의 국내 판매 트림은 가솔린 2.5 터보, 3.5 터보,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등 3종으로 구성된다. 시승 모델인 3.5 터보 모델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사양으로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0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성능 대비 놀라운 점은 차량이 제공하는 부드러운 주행감이었다. 6기통 3400cc 가솔린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제공하는 힘은 국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제네시스의 로드 프리뷰 전자 제어 서스펜션은 도로 상태를 미리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요철이나 과속 방지턱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했다.

뒷좌석에서 바라본 GV80 쿠페 내부. 조수석을 전방으로 최대한 이동시키면 충분한 레그룸이 확보돼 이동 시 노트북을 활용한 간단한 작업 및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현우 기자
뒷좌석에서 바라본 GV80 쿠페 내부. 조수석을 전방으로 최대한 이동시키면 충분한 레그룸이 확보돼 이동 시 노트북을 활용한 간단한 작업 및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현우 기자

GV80 쿠페가 제공하는 첨단 기능은 액티브 시니어층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차량은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사고를 방지했다. 리모트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은 주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이 시스템은 차량을 정확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넓은 후방 카메라와 주차 센서가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제공했다.

GV80 쿠페는 옵션에 따라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선택해 네비게이션 혹은 속도 등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운전석 앞 유리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등의 앞 유리창에 정보를 표시해 주는 증강현실 장치를 HUD라고 한다. /김현우 기자
GV80 쿠페는 옵션에 따라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선택해 네비게이션 혹은 속도 등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운전석 앞 유리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등의 앞 유리창에 정보를 표시해 주는 증강현실 장치를 HUD라고 한다. /김현우 기자

GV80 쿠페는 단순한 차량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다.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시니어 운전자에게 완벽한 선택이 아닐까. 이 차량과 함께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감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끝내긴 아쉽다. 성능보다는 디자인과 느낌에 울고 웃는 2030 MZ세대에게 제네시스 GV80 쿠페는 어떻게 비칠까. '아빠 차' 이미지일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될까. 운전면허조차 없는 00년생 기자도 직접 이 차를 살펴봤다.

벤츠와 BMW의 고향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유학생 레비(22, 앞쪽 첫 번째)와 엘리아스(22)는 제네시스 GV80 쿠페를 타보고 "벤츠에 전혀 뒤처지지 않아 조금 무섭다"고 평가했다. /김현우 기자
벤츠와 BMW의 고향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유학생 레비(22, 앞쪽 첫 번째)와 엘리아스(22)는 제네시스 GV80 쿠페를 타보고 "벤츠에 전혀 뒤처지지 않아 조금 무섭다"고 평가했다. /김현우 기자

사회 초년생 여성이 GV80 쿠페를 보고 가장 처음 느낀 감상은 '세련되다'였다. 최신식 기술과 기능을 갖춘 이 쿠페는 날렵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초년생이 선망할 만한 차였다. 국산 차 특성상 우리나라 도로 주행에도 적합했고 360도 카메라 등 각종 편의 기능은 운전에 서툰 초년생에게 유용해 보였다. 실제로 홍대 거리를 주행했을 때도 부드러운 움직임과 멋진 디자인에 크게 만족했다.

하지만 '부담'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사회 초년생이 1억원 가까운 가격의 자동차를 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차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차에 올인하는 '카푸어'조차 '좋은 차이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수입차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일반 승용차(왼쪽, 크라이슬러 200)와 제네시스 GV80 쿠페 크기 비교 /김현우 기자
일반 승용차(왼쪽, 크라이슬러 200)와 제네시스 GV80 쿠페 크기 비교 /김현우 기자

브랜드 이미지에 '올인'한 탓에 직관성을 놓친 부분도 단점으로 느껴졌다. 앞서 언급했듯 운전석에 앉았을 때 속도 계기판이 핸들에 가려진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위치를 조절하면 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60에서 120구간이 가려져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보통 운전자들이 60~100km/h로 속도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최신식 터치 디스플레이와 센터패시아는 세련됐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동그란 회전식 기어는 운전하면서 변속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느끼기 어려웠다.

제네시스 GV80 쿠페 전면부. 제네시스 브랜드 엠블럼을 형상화한 크레스트 그릴, 두 줄로 이뤄진 헤드램프가 눈에 띈다. /김현우 기자
제네시스 GV80 쿠페 전면부. 제네시스 브랜드 엠블럼을 형상화한 크레스트 그릴, 두 줄로 이뤄진 헤드램프가 눈에 띈다. /김현우 기자

직접 운전을 하지는 않았지만 운전석에 한 번 앉았을 때 161cm인 여성에게는 다소 핸들이 크고 높은 감이 있었다. 다만 좌석이나 핸들의 높이 등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어 단점이 상쇄됐다.

디스플레이에 있는 아이콘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보였다.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노인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에서 디지털에 치중한 구성과 직관성이 떨어지는 그림에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디지털로 이루어진 최첨단 구성은 MZ 세대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기존의 기기보다 더 편할 수도 있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직관성만 조금 더 높여주면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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