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아이폰16e 오는 28일 정식 출시
갤럭시S25 모델 가격 차이 단 1만5000원
트럼프 관세로 최소 9% 추가 인상 전망
"높은 가격·낮은 성능 구매 매력 떨어져"

애플이 보급형 모델 '아이폰16e'의 국내 판매가를 99만원으로 책정하면서 고가 논란과 성능 부족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Apple 유튜브 캡처
애플이 보급형 모델 '아이폰16e'의 국내 판매가를 99만원으로 책정하면서 고가 논란과 성능 부족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Apple 유튜브 캡처

애플이 보급형 모델 '아이폰16e'의 국내 판매가를 99만원으로 책정하면서 고가 논란과 성능 부족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디자인, 성능 면에서 전작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미미한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된 가운데 '혁신' 없는 아이폰이 충성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애플이 1차 출시국을 대상으로 보급형 모델 아이폰16e가 이날 국내에도 정식으로 판매된다. 보급형 모델 출시는 2022년 아이폰 SE3 이후 3년 만으로 아이폰16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기존 'SE' 대신 'e'가 붙었다. 이는 아이폰16에 처음 적용된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포함된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16e의 가격은 599달러로 전작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3(429달러) 대비 약 40% 인상됐다. 이는 UBS의 데이비드 보그트 애널리스트가 예상한 500달러보다 100달러가량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제품 발표에서 가장 놀라운 요소는 가격이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16e에는 아이폰16 시리즈와 동일한 A18 칩이 탑재됐지만 GPU는 기존 5개에서 4개로 줄었다. 또한 애플이 자체 개발한 첫 모뎀 'C1'이 적용된 최초 모델이다. 애플은 기존 퀄컴 모뎀을 사용해 왔으나 2019년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 사업부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한 후 C1을 개발하며 모뎀 독립에 나섰다. 전력 소모 절감 효과를 강조했지만 첫 자체 모뎀칩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아이폰16e는 2022년 출시된 아이폰14와 동일한 폼팩터를 채택했다. 전면 디스플레이 역시 15.4cm 올레드(OLED)로 아이폰14와 같다. 주사율도 60 헤르츠(Hz)로 재활용됐다. 또한 2022년 아이폰14 프로·프로 맥스 모델에 처음 적용된 '다이나믹 아일랜드' 대신 노치 디자인이 유지됐으며 최대 밝기도 아이폰15 1000니트보다 낮은 800니트가 적용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맥세이프' 기능이 제외된 점이다. 2020년 아이폰11 시리즈에 처음 탑재된 이후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던 맥세이프 무선 충전 기능이 사라졌다. 카메라도 4800만 화소 단일 렌즈로 초광각 카메라가 제외되면서 접사 촬영과 손 떨림 보정장치(OIS) 기능도 지원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울트라와이드밴드(UWB) 칩도 제외됐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국내 도입 예정인 '나의 찾기' 기능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무선 인터넷 역시 아이폰16에서 지원하는 Wi-Fi 7이 아닌 Wi-Fi 6을 지원하며 이는 Wi-Fi 6E보다도 낮은 사양이다.

보급형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사양이지만 99만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
보급형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사양이지만 99만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

보급형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사양이지만 99만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차라리 전작 아이폰15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공식 홈페이지 기준 10만원, 온라인 최저가 기준 약 4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256GB 기준 최근 출시된 갤럭시S25 모델 가격이 115만5000원, 아이폰16e가 114만원으로 두 기종의 가격 차이는 단 1만5000원에 그친다.

아이폰16e의 가격 인상은 최근 아이폰 판매 매출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전체 매출은 증가했지만 아이폰 매출은 691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 감소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4년 연속 아이폰 가격을 동결하며 버텼지만 최근 매출 감소를 겪자 아이폰16e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폰16e의 가격 인상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의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아이폰16e의 가격 상승은 차기 아이폰17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시사한다"며 "모든 모델이 최대 100달러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애플이 당초 올리려는 아이폰 가격에서 최소 10%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모든 애플 제품이 적어도 10% 관세에 직면하게 된다는 가정하에 애플이 최소 9% 정도는 추가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가격 인상은 스마트폰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애플의 가격 동결로 삼성전자도 가격을 유지했으나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MX사업부 매출은 117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지 영업이익은 2.4% 감소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애플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고 성능이 낮은 보급형 모델을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폰 구매자는 성능과 품질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때문에 성능이 제한적인 저가형 모델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스마트폰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그는 "가격 역시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제품 사용 주기를 늘리거나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등의 소비 패턴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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