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크기와 강렬한 존재감, 도로 위의 새로운 지배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최첨단 기술이 만든 최상급 SUV
대형 SUV의 한계를 넘어선 주행감, 직접 운전해보니

1998년 캐딜락은 첫 번째 SUV를 내놨다. 이름은 에스컬레이드. 미국에서 대형 SUV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당시 GMC 유콘 데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캐딜락 특유의 럭셔리한 감성을 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2세대 모델부터 에스컬레이드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됐다. NBA 스타들이 타고 헐리우드 셀럽들이 소유했다. 미국 대통령 의전 차량에도 포함됐다. 한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일정에서 타면서 주목받았다. 도대체 어떤 차길래 정상들이 선택하는 걸까. 직접 타봤다.
압도적인 크기와 존재감
크기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장 5382㎜, 전폭 2060㎜, 전고 1948㎜. 국내에서 판매되는 SUV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전 차량으로 타는 모델은 ESV(롱바디) 버전이지만 14일 여성경제신문이 시승한 모델은 일반(숏바디) 버전이었다. 그래도 차체 크기만큼은 웬만한 대형 SUV를 가볍게 압도한다.
전면부는 더욱 강렬하다. 수직형 LED 헤드램프, 초대형 크롬 그릴, 넓은 보닛이 에스컬레이드만의 위용을 완성한다. 캐딜락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인 수직형 헤드램프는 도로 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차 문을 열면 미국식 럭셔리의 정점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38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디스플레이는 시인성과 정보 전달력에서 탁월하다. 시트는 최고급 세미-아닐린 가죽으로 마감됐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이 우드 트림과 금속 장식으로 마감되어 있다. 소재의 질감과 마감 수준이 동급 모델들과 차별화된다.
2열에는 독립형 캡틴 시트가 적용됐다.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해 VIP를 위한 공간으로 손색없다. 다만 1열 시트 뒤편의 12.6인치 디스플레이는 HDMI나 USB 연결을 필수로 요구하는 불편함이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단순히 크기만 거대한 차가 아니다. 6.2L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f·m를 발휘한다. 차체 중량이 2.8톤에 달하지만 가속이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강력한 힘으로 치고 나간다.

승차감은 인상적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거의 없다. 도심 주행에서도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다만 차체 크기가 워낙 커서 주차나 골목길 주행이 쉽지 않다. 전폭이 2미터가 넘어 차선을 꽉 채운다. 시야 확보도 일반 SUV보다 어렵다.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 6.5km/L. 시승 중 실제 연비는 6.7km/L를 기록했다.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특정 주행 환경에서는 8기통 중 4개가 자동으로 비활성화되며 연료 효율을 높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타는 에스컬레이드는 일반 모델이 아니다. 특수 방탄 사양이 적용된 의전 차량이다. 이 차량은 유럽 표준 방탄 등급 B6 수준의 장갑, 2인치 두께의 방탄 유리, 120V 전기 충격 도어 손잡이, 바리케이드 돌파용 강화 범퍼가 적용됐다. 심지어 루프에는 6m까지 방어 스프레이를 분사할 수 있는 기능까지 포함된다.
일반 소비자가 타도 괜찮을까. 가격은 1억5000만원대. 일반적인 SUV와는 다른 세그먼트에 속한다. 그러나 강렬한 존재감, 최고급 실내, 부드러운 승차감을 고려하면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대접받는 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다만 크기와 실용성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도심 주행이 많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한국 도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대형 플래그십 SUV의 경쟁 모델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스컬레이드는 독보적인 선택지다. 링컨 내비게이터가 있지만 국내에서의 입지는 에스컬레이드에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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