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몸도 마음도 지칠 수 있는
수험생 자녀를 위해 준비할 것들

본격적으로 고 3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이, 아무래도 더 부담을 갖고 애쓰는 게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본격적으로 고 3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이, 아무래도 더 부담을 갖고 애쓰는 게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25년 대입 정시의 충원 합격 등록 기간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26년 대입이 시작된 셈이다. 그 말인즉슨 앞으로 1년간 우리 아이는 고3 수험생으로, 나는 수험생 엄마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 지금까지도 아이의 컨디션은 괜찮은지 성적은 어떻게 나오는지 조심스러웠는데, 실제로 3학년이 되고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부담과 긴장을 더 느낀다.

엄마가 이 정도니 아이는 오죽하랴.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이 학부모를 만나면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아이를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라고 당부하나 보다.

그렇다고 공부는 아이의 몫이고 부모가 챙겨 줄 수 있는 건 건강뿐이라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성적으로 고민하거나 경쟁적 분위기의 학교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같이 이야기라도 나누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으려면 아이가 겪고 있는 대학 입시 과정은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는 엄마가 수행평가와 내신, 모의고사 점수가 어떻게 산출되어 나오는지 이해하기를, 그래서 성적표를 봤을 때 등급에만 신경 쓰지 않고 성적의 추이를 같이 분석해 가며 응원받기를 기대한다.

물론 부모가 공부 방법을 찾아줄 수는 없다. 아이 역시 그걸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성적으로 고민할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가끔이라도 속을 털어놓는다는 말이다. 부모의 질문에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아이가 있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고3 아이들은 그런 여유를 갖기 힘들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알게 되었다.

작년 가을쯤이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의 ‘표준점수’와 ‘원점수’를 보여주며 선택과목 때문에 점수가 더 낮아진다고 투덜거리는 아이에게 그게 무슨 큰 차이가 되겠냐며 열심히만 하면 되지라고 말을 툭 던졌다.

‘엄마는 원점수와 표준점수가 뭔지는 알아? 도대체 입시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뭐야? 이러니까 내가 엄마랑 이야기를 안 하게 되잖아’라고 짜증을 내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이를 보며 한동안 미안했다. 솔직히 아이 말대로 그 두 점수가 어떻게 산출되며 그 점수들이 대입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수험생 부모는 아이가 난감한 상황에 닥쳤을 때 언제든 기댈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요즘에 더 느낀다. /게티이미지뱅크
수험생 부모는 아이가 난감한 상황에 닥쳤을 때 언제든 기댈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요즘에 더 느낀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의 입시 과정은 몇 번을 들어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자녀의 대학 입시를 치른 부모라면 익숙하겠지만 첫 수험생을 마주하는 나로서는 예측은커녕 전형에 등장하는 단어들도 이해하기 어렵다(우리 때는 눈치작전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자기 성적에 맞춰 학교와 학과 한 군데를 지원하는 게 다였으니 지금과는 정말 달랐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수시전형과 수능점수가 중요한 정시전형 이렇게 두 번 지원 기회가 있고 각각 6곳과 3곳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9장의 카드를 어떻게 쓸지 아이와 의논하려면 입시 과정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학교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그 역시 전형의 유형과 과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많이 찾아보고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시간을 쪼개 아이 입시를 끝낸 친구들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고 주요 학원에서 개설하는 학부모 대상 생기부, 수시, 정시, 면접 등의 설명회를 신청해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야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변환표준점수, 가중치 등에 대해 알게 됐다. 수시의 유형별 필수조건과 납치형(수시로 지원한 곳에 합격하면 정시 지원 불가인 전형) 여부도 말이다. 

개학 전 학교에 가 3학년 반 편성과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온 아이가 주말 내내 고민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것을 봤다. 뭐 하는 거냐며 슬쩍 물어보니 담임선생님께서 2학년까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항목별로 요약하고 현재 생각하고 있는 수시 지원 학교와 학과 6곳을 써서 제출하라는 과제를 주셨다고 한다.

감이 안 잡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는 아이에게 선뜻 엄마와 함께 해보자고 말했다. “학생부 정리 목록에 포함 내용은 이 리스트를 참고해서 네가 적어보고, 학교 지원처는 같이 이야기하면서 정해보자. 우선 1, 2순위로 가고 싶은 곳은 그대로 적고, 그다음 4곳은 지난 2~3년 등급별 합격 컷을 우선 보고 지원 유형별로 학교와 과를 정리해 나가면 되지.”

그렇게 둘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설명회에서 받아온 자료를 펼쳐가며 수시의 유형별 학교와 학과, 선발인원을 하나씩 체크하고 6개의 지원처를 정리했다. 두어 달 노력하기를 잘했다 싶었다.

그때 느꼈다. 아이가 나에게 의견을 구하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내며 스스로 머릿속을 정리해 나가는 것을!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는 건 수험생 당사자이지만 부모는 그 뒤에 서서 아이가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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