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진심으로 일과 사람을 대한다는 것
그것이 전하는 놀라운 힘

내게 중요한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되는 때다. /게티이미지뱅크
내게 중요한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되는 때다. /게티이미지뱅크

“‘태도’란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자산이다.” 임경선 작가의 책 <태도에 관하여>(토스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갑자기 이 책의 한 구절을 끄집어낸 건 요즘 들어 ‘태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돼서다. 나는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혹은 변형하며 살고 있는지 말이다.  

작가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가지 태도를 통해 삶의 문제들을 들여다본다. ‘공정함’을 언급하며 그 사람다움을 인정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장단점이나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타인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

그들은 대개 건강한 자존감을 가졌다. 스스로를 존중하니까 타인도 존중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이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기존 생각들이 맞다 틀린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은 이런 측면이 있었구나, 하고 ‘디테일’을 세심하게 살피며’ 그래서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를 아는 수치심을 가진 어른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에 진정성, 즉 진심을 더하고 싶다. 진심을 가지고 있으면 삶을 운영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오늘은 잠시 일상으로 눈을 돌려 내 주변에서 발견한 진심에 관해 말해보려 한다. 며칠 전 부서원들과 연말 워크숍 시간을 가졌다. 하루를 온전히 비워 오전에는 창고와 캐비닛, 회의실 등 사무실 공용 공간에 쌓인 비품을 정리하고, 오후에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올해의 사업을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은 누구 하나 뒤로 빠지지 않고 목장갑을 끼고 짐을 옮기고 배열하며 사무실을 정돈했다. 반소매 티셔츠로 갈아입고 움직이는 이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위에 놓인 박스들을 일일이 내려가며 확인하는 이도, 일사불란하게 물건을 밖으로 꺼내놓은 이도, 용도에 따라 나누는 이도 있었다.

쓰레기를 정리하는 이, 필요한 용품을 사용하기 좋게 다시 정리하는 이 등 누가 어떤 일을 하라고 시키지 않았음에도 각자가 필요하다 싶은 일을 찾아서 움직였다.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박스 안 비품들을 꼼꼼히 살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었고, 기부할 수 있는 물건들은 따로 챙겨 놓기도 했다. 전 부서원들이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에 두어 시간 만에 사무실 공용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말이 쉽지 부장부터 주임까지, 부서원 전원이 이렇게 한결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여러 회사, 여러 부서를 거쳐 온 내 입장에서 말해 보자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크다. 그러니까 부서 내 차석, 부장과 직원들을 연결하는 고참 선배 말이다.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레 주변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레 주변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날 오후 나의 이런 짐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한 해 동안 부서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표현하는 일종의 팀 빌딩 시간을 가졌는데, 발랄한 막내 주임이 흥미로운 이벤트를 준비해 왔다.

‘발신자 없는 감사 편지 쓰기’였는데 각자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한 장의 종이를 무작위로 뽑은 후, 보내는 이를 표시하지 않은 채 뽑힌 그/그녀에게 감사의 카드를 써서 제출하는 것이다. 이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카드를 하나씩 읽어가며 누구에게 보내는 내용인지 짐작하고 맞춰 보았다. 수신자가 적혀 있더라도 이름을 제외하고 내용만 들려주면서 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00 님 덕에 기운을 얻었어요’, ‘직원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는 00 님 감사해요’ 등 카드에 적힌 글을 읽다 보면 부서 내 누구를 지칭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몇몇은 적혀 있는 문구에 마음이 울컥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으니 공감과 고마움을 나눈 멋진 연말 이벤트임이 틀림없었다. 

“00 님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그러고 싶어 이 부서에 오고 싶었답니다. 항상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친절히 알려주는 선배가 있어 너무 든든합니다.” 이렇게 적힌 카드의 내용을 읽자마자 모두가 한 사람을 쳐다보며 박수를 보냈다. 나 역시 듣자마자 누구를 위해 쓴 카드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고 전적으로 동의했다.

부서 업무 전체를 균형 있게 바라보고 본인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의논할 수 있는 선배, 어떤 상황에도 감정 기복 없이 한결같은 태도로 부서 내는 물론 부서 간 의사소통을 앞장서 해 주는 선배, 근태와 마감 등 업무 태도 관련해서도 누구보다 모범을 보이는 선배, 격려할 때와 주의를 줄 때를 명확히 알고 필요한 내용만 잘 선별해 전달하는 선배! 부서 내 이런 차석이 있다는 건 후배들은 물론 부서장인 나에게도 든든한 힘이 된다. 

지난 2년간 옆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 모습으로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이 맡은 업무는 정확하게 정리하고, 상사의 일을 덜어주며, 부서 내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기꺼이 앞장서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진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아마도 그건 그녀가 재단 사업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젊은 직원’, ‘무례하고 고루한 상사’,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배려와 존중은 함께 하는 일에 대한 진심이다. 성별도 나이도, 살아온 시간도 다른 개인들이지만 함께하고 있는 일, 함께 있는 목적에 대한 진심이 통한다면 한 방향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고 움직일 수 있다.   

진심은 사전적 의미로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으로,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본체라고 한다. 물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진심의 조각이 모두 같은 크기와 모양일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어느 순간 단단하게 연결된다. 삶의 태도로서 진심을 생각하게 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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