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칡과 등나무는 올라가려고 꼬이며 만난다
제도·구조에 대한 것부터 자신과 갈등까지
상대의 느낌·바람 짐작해 물어보기로 시작
칡은 스스로 위로 올라가는 나무가 아닙니다. 감을 것이 없으면 땅에서 기어가듯 자랍니다. 무엇인가 있으면 감고 올라갑니다. 등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칡과 등나무가 만나면 서로를 감습니다. 칡과 등나무는 감는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감고, 또 감고··· 얽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 갈등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로 가까운 사람과 갈등이 만들어집니다.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신과의 갈등도 있습니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먹을까? 말까? 안 먹기로 했으니 참아야 하는데···”
“내년부터 내가 받을 수 있는 정부의 혜택이 올해 제도의 변경으로 없어진다고 한다. 기다렸는데, 화가 나네!”
“집 앞의 하수구 공사가 끝났다고 하더니 겨우 한 달 지나서 오늘 또 파네” 등 제도 혹은 구조에 대한 갈등도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갈등은 무엇인가요? 갈등은 불편함, 스트레스, 화, 무기력 등과 함께 있기도 합니다. 더 심한 단어들이 갈등과 붙어있기도 합니다. 포기, 좌절···.
사람과의 갈등은 외면할 수도 있고 풀려고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을 푸는 열쇠 중 하나는 공감 대화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아는,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그러하듯이! 갈등이 생겨버린 그 사람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요? 지금 그 사람의 느낌은 무엇일까요?를 먼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내가 불편한 것처럼 그 사람도 불편할까? 답답할까? 미안할까? 화났을까? 좌절하고 있을까?'
그리고 기회를 잡아 대화해보면 어떨까요? 갈등을 풀려는 시도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를 내어 그 사람과 만나 너느질로 대화를 시작하면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과의 갈등에서는 나의 바람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자력이 단단해져서 갈등을 풀 수 있게 됩니다.
“나는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나는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건강해지고 싶어.”
“나는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음식을 조절하는 나를 원해.”
“나는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음식조절 계획을 세웠고 계획대로 실천하기를 바라.”
이렇게 다양한 나의 바람을 생각하면서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자력이 생기며 지금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참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소양을 쌓기 위해 매일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싶어.”
“나는 소양을 쌓기 위해 매일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고 싶어.”
“나는 소양을 쌓기 위해 매일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
이렇게 조금씩 나의 바람을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생각해 보세요.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력이 쌓일 것입니다.

제도 혹은 구조에 대한 갈등은 그에 대한 이해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떤 구조가 바뀌었다는 것은 담당자들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조 혹은 제도가 바뀌기를 바란다면 의견을 말하십시오. 시민의 의견이 민주사회의 발전에 밑거름입니다. 다양한 의견이 표현되고, 수렴되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민주사회가 될 것입니다.
담당자에게 의견을 말할 때는,
“ㅇㅇ구조가 바뀌었는데 수고 많이 하셨지요?”라고 상대의 느낌을 짐작하여 물어보는 너느질로 시작하면 효과적입니다.
“왜 바꾼 겁니까?”
“이 바뀐 구조가 도대체 뭡니까?” 등의 비난으로 시작하면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공감 대화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칡과 등나무가 만나는 지점마다 이해와 배려와 성장의 꽃이 피면 어떨까요? 그러기 위해서 갈등을 푸는 도구가 필요하고, 그 도구 중 하나가 공감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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