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바로 보이는 바람
더 들어간 깊이의, 넓이의 바람
바람을 알아차리는 사고의 확장

싱크대에서 음식을 만들 때의 바람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섭취하려고, 혹은 가족에게 사랑과 정성을 주려고, 혹은 함께 이 음식을 먹는 시간을 즐기기 위하여, 혹은 능력을 자랑하려고, 혹은 건강을 위하여 등이 있을 것입니다.

학생이 학교에 간다면 공부하기 위하여, 친구를 사귀기 위하여, 다양한 관계에서 사회성을 기르기 위하여, 교육제도를 경험하기 위하여 등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차별을 줄이기 위하여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 퀴어 축제에 참여하여 함께 행진하고 부스를 돌아다니며 체험한다면 가장 가까운 혹은 표면적 바람은 재미를 위한 것이겠지요? 마음과 시간을 내서 퀴어 축제에 참여할 때의 바람은 재미도 있고 경험과 응원과 지지와 기여와 도움과 성장과 행복일 것입니다.

각 상황에서 다양한 바람, 깊이가 다른 바람들을 찾는 연습을 하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층위와 넓게 펼쳐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입니다. 바람들이 이어진 곳에서 우리는 감사와 행복을 만날 수 있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각 상황에서 다양한 바람, 깊이가 다른 바람들을 찾는 연습을 하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층위와 넓게 펼쳐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입니다. 바람들이 이어진 곳에서 우리는 감사와 행복을 만날 수 있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퀴어 축제의 경험, 행진의 경험, 부스 행사 참여의 경험을 재밌게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마음이 가는 단체를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한 참여겠지요? 그 단체와 소속자들이 자기답게 살고 행복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도움 주고 싶어 참여했겠지요? 이 경험들로 본인은 만족하고,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것이겠지요?

각 상황에서 다양한 바람, 깊이가 다른 바람들을 찾는 연습을 하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층위와 넓게 펼쳐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입니다. 바람들이 이어진 곳에서 우리는 감사와 행복을 만날 수 있답니다.

중학생 별별이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다고 집으로 왔습니다. 간식을 먹더니 공부한다고 거실에 자리를 마련하여 앉았습니다. 엄마는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져서 안방으로 조용히 들어갔습니다.

조금 후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별별이 목소리였습니다. 친구에게 소곤소곤 말을 시키는 별별이···. 문을 열고 살그머니 나가서 별별이를 손짓하여 불렀습니다. 안방으로 들어온 별별이에게 작은 소리로,

“별별아, 엄마는 놀랐어. 말을 멈추고 공부에 집중하면 어때?”

“네. 죄송해요···.”

별별이는 나가서 자리에 앉았지만 조금 후에 다시 별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기 시작했으나 곧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아이들의 집중은 흐트러졌습니다. 다시 별별이를 안방으로 불렀습니다.

“별별아, 이야기가 재밌어?”

“네, 죄송해요···, 안 해야 하는데···”

“멈추기가 어렵구나?”

“그건 아닌데···”

“친구들과 계획한 공부 시간을 지키려는 자력이 있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제가 자력이 있는 편인데 오늘은 자꾸 말을 시키게 되네요, 우리 집이라 그런가··· 헤헤···”

“우리 집이라 말이 자꾸 나오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헤헤···”

“엄마가 이해해 주길 바라지?”

“네, 이제부터 제가 자력으로 집중하고 말 안 시킬게요.”

그리고 별별이는 거실로 나갔습니다.

“얘들아, 미안해, 내가 자꾸 말 시켜서··· 말 안 시킬게. 우리 하기로 한 시간까지 집중해서 하자!”

아들이 공부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력을 발휘하는 것, 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친구들에게 오늘이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 엄마의 여러 바람이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이 공부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력을 발휘하는 것, 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친구들에게 오늘이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 엄마의 여러 바람이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말 이후에는 집중이 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15분쯤 지나자 별별이가 다시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별별이가 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바람이 바로 인식되었습니다. 다시 별별이를 불렀습니다.

“별별아!”

“엄마, 내가 참아야 하는데 잘 안 돼요···.”

“잘 안되는구나?”

“네!”

“엄마는 참는 것이 잘 안되는 너를 돕고 싶어. 그게 친구들에게도 도움 되겠지? 공부하러 우리 집에 온 오늘이 의미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단다. 엄마가 무엇을 하면 너의 자력 발휘에 도움이 될까?”

“음··· 끝나는 시간까지 거실에 나와 앉아 계실래요?”

“거실에 나와 있으라고?”

“네. 그러면 제가 친구에게 말 안 시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효과가 있겠어?”

“네! 분명히 효과 있을 거예요.”

“그래, 너를 돕는 알맞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네. 자, 이제 같이 나가볼까?”

이렇게 하여 엄마는 거실에서 책을 보고, 아이들은 집중해서 정한 시간까지 공부하였습니다. 그 집중의 시간이 무르익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마음은 풍요로웠을 것입니다.

집중하여 공부한 후 별별이가 시계를 보더니,

“와, 우리가 정한 시간이 지났어. 나는 계획한 것을 다 했어. 너희는 어때?”

“나도 많이 했어!”

“나도! 다 했어.”

별별이는 신난 목소리로,

“우리 이렇게 집중해서 공부하니까 뿌듯하다. 그치?”

“응. 집에 가서 자랑해야지.”

“별별이네 집이 공부 잘되는 집인가 봐, 히힛!”

“자주 우리 집에서 모여 공부하자. 자, 이제 우리 공부하고 놀기로 했으니까 정리하고 나갈까?”
“그래!”

“콜!”

흐뭇한 표정으로 엄마가 말했습니다.

“애들아,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며 자력을 쌓아가는 너희가 자랑스럽다.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나갈래?”

셋이 합창하듯 답했습니다.

“네!”

별별이가 공부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력을 발휘하는 것, 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친구들에게 오늘이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 엄마의 여러 바람이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바람을 인식하고 대화하며 소통하는 일상을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여성경제신문 고현희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이사장 anyangk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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