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지난해 실적 호조
북미·EMEA·일본 등 해외 매출 성장
트럼프 관세 정책에 북미 사업 촉각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사옥 /각 사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사옥 /각 사

K-뷰티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을 넘어 미국, 일본 등으로 진출 시장을 넓혀나가는 양사는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반등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해외사업 전략을 실현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은 지난해 실적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해외 사업의 성장이 큰 영향을 끼쳤다. 기존에는 중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았지만 현지 경기 불황으로 진출 시장 다변화에 집중한 결과다.

각 사별로 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4조2599억원의 매출과 24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64.0% 증가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조67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04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특히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82.9% 증가한 5246억원을 기록해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중화권(5100억원)을 넘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해외 시장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에 편입된 코스알엑스도 EMEA(유럽·중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지속되며 해외 사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EMEA 매출은 1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7% 급성장했다. 

반면 중화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26.7% 감소한 51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법인의 채널 거래구조 변경 등의 요인과 자국 브랜드 소비를 지향하는 ‘궈차오’ 문화와 현지 뷰티 브랜드의 성장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화장품 사업 연간 매출은 2조8506억원,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8.0% 증가했다. 전체 실적은 생활용품 사업 매출이 줄고, 음료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5.1% 감소한 영향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화장품 사업의 해외 매출이 큰 성장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중국과 북미, 일본 등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국내에서는 온라인과 H&B 채널에서 성장을 지속하며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2조1117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숨, 오휘 등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호실적을 달성한 ‘더후’에 집중하며 럭셔리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8452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 전략 브랜드의 매출이 확대됐다. 중국 광군제, 미국 아마존 블랙 프라이데이, 일본 큐텐 메가와리 등 해외 주요 온라인 행사와 연계한 마케팅 투자가 늘어났지만 전반적인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역시 개선됐다.

앞으로도 국내 뷰티업계는 시장 다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류 열풍의 전 세계적 인기를 기반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성장한 102억 달러(한화 약 14조 8420억)를 기록했다. 2021년 92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10.9% 더 성장한 것이다.

다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고관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K-뷰티의 대미 수출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시장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 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관세 정책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특히 K-뷰티 제품은 현지에서 합리적인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고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고관세 적용을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 구축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화장품 OEM·ODM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은 북미에 공장을 지어 관세 리스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제2공장을 운영하고, 코스맥스는 미국 뉴저지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한 미국 시장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본,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밸런스를 균등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인 ‘글로벌 리밸런싱’을 추구하는 만큼 관세 리스크에 영향을 최대한 안 받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고관세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가격 조정이나 프로모션 비용 등 판관비를 관리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관세 부담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데 화장품만 타겟팅한 법안이 나오지는 않아 영향이 크지는 않을 걸로 보고 있다”며 “만약 회사 내부적으로 관세로 인해 원가가 증가한다고 하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해볼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다. 현재는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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