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아모레퍼시픽 급등, LG생건·애경 고전
아모레퍼시픽, 북미·EMEA 효과로 영업이익 55%↑
LG생건·애경 中부진 여전···실적 따라 주가도 명암

국내 대표 뷰티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탈(脫) 중국’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내수 부진과 중국 시장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로 장기간 부진에 시달렸던 가운데,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서구권 매출을 늘린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하는 등 호조를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중국 매출 비중이 큰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타격을 입었다. 실적에 따라 각 사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이 이날까지 모두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각 사는 앞서 2017년 사드(THAAD) 배치 여파로 촉발된 '한한령'과 이에 따른 보복 조치로 국내 면세점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던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는지가 각 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1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55.2% 증가했다. 순이익은 1400억원으로 43.2% 늘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1조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77억원으로 62.0% 증가했다. 해외사업 매출은 4730억원으로 40.5% 늘었고, 영업이익은 696억원으로 120.5% 증가했다. 국내사업 매출은 5773억원으로 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94억원으로 0.6% 늘었다. 순이익은 1190억원으로 48.5%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 관계자는 "라네즈와 헤라, 에스트라, 려, 일리윤, 라보에이치 등이 선전했다"며 "멀티브랜드샵(MBS)과 온라인 채널의 판매 호조도 지속해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서구권에서 주요 브랜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중화권 매출 부진을 상쇄했다.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가 더해져 전체 매출이 79% 증가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매출은 3배 넘게 늘었다. 라네즈가 MBS 채널 협업 마케팅을 전개하고 로컬 기획상품을 운영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중화권은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로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플랫폼 거래 구조개선 및 비용 절감 효과로 흑자 전환했다.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력 브랜드와 신규 육성 브랜드가 고르게 선전하며 매출이 53% 증가했다.
주요 자회사 실적은 이니스프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0% 떨어진 520억원, 영업이익은 47억원으로 133.8% 늘었다. 에뛰드 매출은 3.4% 오른 309억원, 영업이익은 40.8% 줄어든 30억원을 기록했다. 에스쁘아 매출은 27.0% 오른 212억원, 영업이익은 84.8% 줄어든 3000만원을 기록했다. 오설록은 매출 254억원으로 5.2% 늘었고,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7.7%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42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5.7%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해외 매출 중 40%가량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매출이 4.1% 감소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 중 북미 지역이 성장세로 돌아선 가운데 일본에서 23.2% 고성장했다.
사업별로 보면 뷰티 사업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든 7081억원, 영업이익은 11.2% 감소한 589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및 국내 주력 채널은 성장했지만 면세점, 방문판매 등 소위 ‘전통 채널’이 부진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매출 감소에 따라 하락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일본에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와 힌스, VDL 등 색조 브랜드가 크게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을 비롯해 헬스앤뷰티(H&B)스토어 등 신성장 채널의 성장이 지속됐다.
HDB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5733억원, 영업이익은 13.7% 증가한 366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 피지오겔, 유시몰, 닥터그루트 등 데일리뷰티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리프레시먼트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축소된 4164억원, 영업이익은 10.8% 줄어든 469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불황에 따라 전반적인 음료 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원·부자재값 상승 등 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511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63.3% 감소했다.
화장품사업의 1분기 매출액은 459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2%, 88.4%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과 플랫폼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 하지만 글로벌 다변화와 소비자층 확대를 위한 국가별 전략을 강화하며 일본 시장 등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에서는 루나(LUNA)의 롱래스팅 팁 컨실러와 컨실 팔레트 등 인기 신제품 출시를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에이지투웨니스(AGE20'S)의 대표 제품인 에센스 팩트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층을 넓혔다.
생활용품사업의 1분기 매출액은 1051억원,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26.0% 감소했다. 1분기 퍼스널케어 및 프리미엄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글로벌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했으나 국내 채널 경쟁 심화 및 원가 상승 등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주가도 엇갈렸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낸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실적 발표를 한 이날 주가가 전일 대비 1.32% 오른 2만2950원에 마감했다. 지난 28일 실적 발표를 한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부진 여파를 피하지 못했지만, 북미와 일본 등 중국 외 시장에서 실적 회복 가능성을 나타내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7% 가까이 급등했다. 다만 이날은 전일 대비 1.03% 내린 33만7500원에 마감했다. 중국 시장에 발목이 잡히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한 애경산업은 지난 29일 실적 발표 직후 0.28% 떨어졌고, 이날은 전일 대비 3.82% 더 떨어진 1만3610원에 마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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