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남매 경영권 갈등 본격화
장남, 이사회 개편과 대표 교체 추진
차녀, 실적 반등 주장으로 맞대응
달튼 지분 확대 영향이라는 추측도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최근 불거진 자녀 간 경영 갈등을 두고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남매의 난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콜마는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는 차녀 윤여원 대표가 맡기로 한 기존 합의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며 대표 교체와 이사회 재구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윤여원 대표가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 측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콜마그룹의 건강기능식품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권을 놓고 오너 2세 간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콜마홀딩스가 지난 12일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 새로 선임하는 임시주주총회 개최 허가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이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하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윤여원 대표 체제 이후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이유로,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사회 개편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업계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매출 성장과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왔다며 윤 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일축하고 있다. 이사회 개편과 대표 교체 요구에 윤여원 대표가 반발하면서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날 올해 1분기 실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4월부터 실적 흐름이 반등세로 돌아서 2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다고 밝혔다. 콜마비앤에이치는 4월 잠정 실적 공시에서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고 영업이익은 49.7% 증가하며 영업이익률 8%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367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7%, 62.5% 감소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일부 대형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해외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2분기부터 수익성 회복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실적 개선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은 이미 충분히 마련된 상태”라며 “올해는 내부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을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개선 주장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는다며 반박 자료를 제시했다.
콜마홀딩스가 낸 자료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는 2024년 매출이 615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윤 대표 취임 당해인 2020년 매출이 606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규모는 100억원 미만이다.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에서 지난해 246억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18%에서 4%로 급락했다.
5년 간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주가는 2020년 5월 최고가가 7만2900원까지 올랐지만 전날 종가는 1만4030원까지 내려왔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날 콜마비앤에이치의 1분기 실적 자료 배포는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단 행동”이라며 “앞서 ‘실적개선 본격화 단계, 및 수익성 개선 가시화 되고 있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주장은 팩트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매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분 구조상 실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콜마홀딩스가 보유한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에 비해 윤여원 대표의 지분은 7.72%에 불과해, 윤상현 부회장의 개입을 사실상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법원이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하면 이사회 재구성과 함께 대표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이사회 개편 움직임에는 미국 행동주의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의 지분 확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달튼은 지난 3월 콜마홀딩스 지분을 5.01%에서 5.69%까지 늘리고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으며,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콜마비앤에이치 주가가 지주사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외부 투자자의 경영 쇄신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콜마는 코스맥스와 더불어 국내 ODM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라 경영 불안이 장기화되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관련기사
- 미국 고관세도 비껴갈 K-뷰티 ODM ‘투톱’···실적 호조에 해외 공격 투자
- ‘K-뷰티’ 훈풍 탄 한국콜마·코스맥스 ''2조 클럽'···한국 넘어 해외로 간다
- 中 부진에도 글로벌 진출 탄력 아모레-LG생건···美관세가 변수
- 한국콜마, 티몰글로벌과 손잡고 K뷰티 중국 진출 지원 앞장
- "승계 합의 깨지나"···콜마그룹 창업주, 장남 상대 주식 반환 소송
- "올리브영 독주에 제동?"···신세계백화점 ‘시코르’ 반격 예고
- 주식 반환 소송부터 경영 합의서 논란까지···콜마그룹, 내홍 속 법적 공방
- 콜마家 경영권 분쟁, 장남 승리·여동생 경영 배제···소송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