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세력 '반중' 정치적으로 조장
이진 헌재공보관 국적 등 혼란 계속
간첩 의혹 등 정당성 있다는 반론도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맞물려 '반중'을 넘어선 '혐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정선거론 음모부터 시작해 중국에 관한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혐중 정서의 확산에는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보수 세력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측을 비롯한 일부 우파 세력이 끊임없이 '중국'을 언급하며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가 2020년 실시한 21대 총선 당시 개표 사무원 중 6명을 중국인으로 뽑아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선거연구원에서 숙박 중인 중국인 간첩 90여명이 계엄군에 의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선관위는 해당 의혹들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혐중 정서는 최근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던 이진 공보관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소식이 인터넷에서 확산하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진 공보관은 지난 2024년 12월 16일 브리핑 영상에서 보인 발음과 억양이 중국인과 유사하며 한때 나무위키 프로필에 중국 출생이라고 적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17일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는 오후 5시 기준으로 이진 공보관의 국적을 질의하는 게시글로 가득했다. 이 공보관은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브리핑에서 3인의 추가 재판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전날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 공보관 중국 국적 설은 사실이 아니며 그는 한국 국적"이라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12·3 계엄' 이후 혐중 정서가 확대하고 있으며 반공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세력이 젊은 층의 중국에 대한 반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젊은 층은 역사 왜곡(동북공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류 금지령'(한한령),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은 편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젊은 사람들은 중국을 안 좋아한다"라며 "이런 인식이 이념적 요소와 결합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극우 세력이 보수의 이념인 반공주의 추구에 북한 대신 중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국 극우 세력이 보수의 이념인 반공주의 추구에 북한 대신 중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국 극우가 혐중을 하는 데에는 정치적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수의 이념인 반공주의 추구에 북한 대신 중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사업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바마 정부 2기 때부터 미국이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구축하면서 한국의 반중 정서도 고양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명박 정부 때 소위 뉴라이트 계열의 진영들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하고 또 그들이 사회 세력화되면서 반중 정서가 더욱 커졌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북미 협상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하면서 보수가 그동안 외부의 적으로 이야기됐던 북한 대신 중국을 택했다"라고 했다.

한편 이런 혐중 정서가 향후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수근 화둥사범대학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혐중 정서가 심해질 때 경제적으로 한국에 좋은 곳인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고 안보적으로도 미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한국의 혐중에 큰 불만을 품고 있을 거라는 게 우 교수의 주장이다. 다만 우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을 괴롭힐 경우 한-미-일 간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라며 "그렇기에 중국이 대놓고 표현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혐중 정서에 대한 비판이 심해지자 일각에서는 혐중에 정당성이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을 마냥 우호적으로 바라보기에는 여러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들이 주요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해 간첩 혐의를 받는 점을 거론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인 유학생들이 군사 기지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적 있다.

지난달 필리핀에서도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주둔지에 물자를 보급하는 필리핀 선박을 감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주 중국인 5명이 체포되는 등 중국 간첩 논란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진보 세력의 친중 성향이 심하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중국이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중국 공산당·세계 정당 정상회담(CPC and World Political Parties Summit)'에 더불어민주당 당기(黨旗)가 포착된 사진이 퍼진 게 그 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담을 넘는 모습이다. 당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민들에게 "중국인이냐"라고 추궁하고 현장 경찰들을 향해 "중국 공안이니 걷어차라"라고 한 바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담을 넘는 모습이다. 당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시민들에게 "중국인이냐"라고 추궁하고 현장 경찰들을 향해 "중국 공안이니 걷어차라"라고 한 바 있다. /연합뉴스

이에 혐중 정서를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당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민들에게 "중국인이냐"라고 추궁하고 현장 경찰들을 향해 "중국 공안이니 걷어차라"라고 한 사례처럼 과격한 움직임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