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용기상 윤옥 님 수상작

주간보호센터에 계신 어르신과 맞잡은 손 /윤옥
주간보호센터에 계신 어르신과 맞잡은 손 /윤옥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후 첫 근무지가 바로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 주간보호센터입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께 먼저 다가가 손잡아 드리고 안아드리는 일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행동들이 일상이 되어버렸죠.

화장실에서 배변 실수를 하신 어르신에게 뒤처리 도움을 드리러 들어가서는 코로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입으로 숨을 쉬며 할 일을 후딱 끝내고 나왔던 일, 휠체어를 사용하시는 어르신과 고군분투했던 일, 어르신들의 말다툼을 제지하다가 저에게 불똥이 튀어 상처받고 울었던 일 등···. 어르신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르신들로 인해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던 일들도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어르신들이 몇 분 계십니다. 인지가 있어서 사리 분별이 뚜렷한 어르신이 고관절 수술 후 이동이 불편해져서 이동 보조 용구를 사용하게 되셨는데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 일상생활의 행동들이 고관절 수술하기 전보다 많이 느려지셨습니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이동이 느리다 보니 실수하는 일도 발생하고 화장실 이용 시 도움 드리려고 하면 자존심이 강해서 완강히 거부하시고 화장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어르신의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나중에는 소파에 앉은 채로 소변을 보시고 부끄러워서 가만히 계시는 걸 눈치채고 화장실로 모신 후 기저귀 사용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여쭈었으나 거부하셨고 큰 소리로 화를 내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바지에 손도 못 대게 하셨었는데 딸이라 생각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말씀드리고 라포 형성을 하며 보호자의 협조를 통해 수치심이 들지 않도록 배려해 드리니 자연스럽게 본인의 상태를 받아들이시고 이제는 어르신도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으십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성격이 뾰족하여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시고 고집도 세신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주변 어르신들과 다투는 일도 종종 있으셨고 처음에는 선생님들조차도 다가가기 힘들어 늘 외톨이로 지내는 분이셨는데 먼저 관심을 두고 매일 좋을 말로 말벗 해드리고 손잡아드리며 토닥여드리는 시간이 쌓여가니 어르신도 마음의 문을 열고 매일 먹을 걸 갖다주시고 휴무 다음 날에는 잘 쉬고 왔냐며 먼저 인사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화내는 일도 줄어들고 주변 어르신들과도 담소 나누며 지내셨던 분도 계십니다. 지금은 센터에 나오지 않는 분이지만 희로애락을 같이 겪었던 분이셔서 지금도 생각나는 어르신 중에 한 분이십니다.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시면 안전하게 지내고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기도하며 오늘도 저는 힘차게 출근합니다. /윤옥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시면 안전하게 지내고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기도하며 오늘도 저는 힘차게 출근합니다. /윤옥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말벗과 스킨십의 힘이 크다는 걸 많이 느꼈고 이렇게 변화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보람과 자긍심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 인내의 시간이 만들어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이고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어르신들도 마음 한편에는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끝없이 타협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어르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 인내심이 없으면 어렵고 이런 마음으로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면 나중에는 보람과 기쁨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잡아 드리는 일도 안아드리는 일도 심지어는 말벗조차도 어려워했던 제가 지금은 요양팀의 실장이 되어 일을 하고 있네요.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시면 안전하게 지내시고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기도하며 오늘도 저는 힘차게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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