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용기상 이성숙 님 수상작

오늘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하루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이성숙
오늘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하루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이성숙

가을이 깊어갑니다. 길가의 가로수들이 하나둘 옷을 벗으며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가~ 가을아, 행복했어.” 가만히 속삭이며 다가올 겨울이라는 새로운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계절이 변하듯 제 삶의 한 장도 저물고 있네요. 어느덧 요양보호사가 된 지도 8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노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서야 그 자격증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주간 어르신 보호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첫 출근 날에는 "내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뵙는 어르신들 앞에서 입도 떨어지지 않고 손발도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기만 했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선배 요양보호사님의 조언과 도움 덕분에 조금씩 업무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돌보며 그분들의 고마워하는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보람을 느꼈고 그 보람이 스스로를 대견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요양원으로 가시거나 더 이상 뵐 수 없게 된 어르신들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제 뺨을 어루만져 주시던 어르신, 집에 가고 싶다며 불안한 모습으로 서성이던 어르신, 그리고 제 손을 꼭 잡으며 “집에 오면 맛있는 밥을 대접해 줄게요”라던 그 어르신의 얼굴이 그립습니다. 식사를 급하게 하시다 음식이 목에 걸리셨던 순간 배워 둔 하임리히법으로 무사히 도움을 드렸던 기억도 잊을 수 없습니다. 스쳐 지나간 많은 어르신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출근하면 반겨주시던 어르신들이 건강이 악화하여 자리를 비우실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핑 돕니다. 힘들고 지치는 날도 많지만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어르신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신체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케어하며 느끼는 보람은 제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제가 근무하는 센터는 이름처럼 참으로 보람찬 곳입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르신을 돌보며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합니다. 어르신들이 꿈꾸는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다짐을 품으며 오늘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하루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제 진심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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