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희망상 황미순 님 수상작

나는 어르신들과 함께 있을 때가 너무 행복하고 100% 힘들지만 또 그런 어르신들과 즐겁게 지내면서 일할 때 120% 행복하다. /황미순
나는 어르신들과 함께 있을 때가 너무 행복하고 100% 힘들지만 또 그런 어르신들과 즐겁게 지내면서 일할 때 120% 행복하다. /황미순

나는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송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날이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면접을 보고 출근한 곳이 바로 이곳이며 나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으로 꼽고 있는 곳이 바로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주간보호센터이다.

처음 출근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첫 출근하여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장 남자 화장실로 불려 들어갔다. 상상 못 할 일이 벌어졌었고 어르신도 당황하셔서 혼자 해결해 보려고 하시다 이곳저곳에 전부 묻혀 놓은 상황이었다. 얼떨결에 상황을 종료하고 나왔는데 어르신께서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셨고 그 후로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지만 선생님들을 얼씬도 못 하게 하시고 어르신께서 해결하려고 하셨지만 쉽지가 않았고 나는 어르신께 다가가서 설득했다.

“저희 아버지와 연세도 같으신데 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르신이 꼭 저의 아버지같이 느껴져요. 딸이라 생각하시고 저 혼자만 어르신 케어를 해드릴게요.” 몇 번을 설득해 승낙이 떨어졌고 나는 그 이후로 계속 어르신의 변 케어를 하게 되었다. 어르신도 만족해하셨고 나도 어르신께 더 신경을 써드리게 되었다. 당시를 기억하면 이상하게도 어르신의 변 냄새가 나의 코에는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르신 가운데는 너무 우아해 보이시고 저분은 여기를 왜 다니실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분도 계신다. 그러나 이분은 경증 치매도 있지만 소변을 시도 때도 없이 보셔서 기저귀가 흘러넘친다는 것이다. 수업 도중에도 의자 아래로 소변이 흐르는가 하면 심지어는 보호자와 병원에 가셔서 의사와 상담 중에도 소변을 봐서 기저귀가 흘러넘치기도 하셨다고 보호자께서 말씀하신다.

자택에서는 아들 보호자와 같이 거주하시는데 딸 보호자께서 방문하시면 어머니 돌봄보다 집안에 지린내가 너무 심해 청소만 하고 가신다고 하소연하셨는데 그 후 하루는 어르신께서 딸 보호자 집에 방문하셨는데 사위가 신경 쓰였는지 화장실을 자주 다니시고 기저귀 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하셔서 보호자와 저는 서로 약속하고 처음 일주일은 하루에 기저귀 3개만 주고 시간 시간 체크하여 화장실 가시게끔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잘 가시기도 하지만 움직이기 싫으시면 화를 내시고 땡깡을 부리신다. 그다음 주는 2개로 줄이고 그다음 주는 1개로 또 그다음 주는 안 드리고 계속하여 화장실 가시게 설득하고 간식으로 달래고 하여 드디어 기저귀를 떼었다. 꼭 어린아이 키울 때 기저귀 떼는 연습 할 때랑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호자께 말씀드렸고 보호자는 너무 기뻐하셨고 얼마 후 이사 계획이 있는데 센터 차가 운행되는 곳을 미리 알려 달라고 하셨고 결국엔 센터 차가 운행되는 곳으로 이사를 가셨다.

지금 이 보호자께서는 너무 감사해하시고 엄마가 치매가 더 심해지면 혹시 센터에서 못 나오게 하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로 센터와 선생님들을 신뢰하신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내가 그래도 어르신들과 보호자께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어르신께서 입소하셨다. 안타까운 이유는 너무도 젊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사시다가 이사를 오셨는데 지방에서도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셨다고 하셨다. 경증 치매에 전립선비대증으로 화장실을 하루에 20번 정도 다니신다. 소변과 대변을 보실 때 힘이 주어지지 않아서 좌변기에 앉아계시다가도 바로 바닥에 앉아서 보신다. 보호자께 말씀드리니 전에 다니던 곳에서도 그렇게 보셔서 듣기 싫은 말을 많이 들으셨다고 그래서 다니기 싫어하셨다고 하셨다.

궁여지책으로 보호자와 센터장님께서는 환자용 좌변기를 구입해서 써보기로 하셨고 구입하기 전 나는 센터장님께 저희가 도전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고 좌변기를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한번 어르신과 노력해 보고 안 되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어르신과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 좌변기에 앉아서 힘줘보시기를 권하고 안되시면 바닥에 보시기를 허용하고를 반복하고 반복하여 드디어 바닥에 내려오지 않고 보게 되었다. 보호자는 센터로 음료수를 들고 감사 인사를 오셨다. 집에서도 늘 그렇게 봐서 집안에 지린내와 변의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는데 지금은 집에서도 변기에 앉아서 하신다고 너무 감사하시다고 전에는 주간보호센터에 안 나가시려 했는데 여기서는 아침만 되면 빨리 가시려고 서두르신다고 너무 좋아하신다고 몇 번을 감사하다고 하셨다.

주위에서는 나에게 너무 열정적으로 일한다고 쉬엄쉬엄하라고 병 날까 걱정이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떤 일이 쉬운 일이 있어요. 모든 일이 힘이 들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나는 어르신들과 함께 있을 때가 너무 행복하고 100% 힘들지만 또 그런 어르신들과 즐겁게 지내면서 일할 때 120% 행복하다.

저녁에 집에 있으면 내일이 기대되고 어르신들 보는 것이 설렌다. 이렇게 지금도 어르신들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어르신들과 주간보호센터에서 내가 필요할 때까지 지금과 같이 지낼 것이며 어느 곳에 있든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세상에 치매라는 병이 없어지기를 바라며···. 없어질 수 없다면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