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희망상 장성자 님 수상작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끼는 ‘해미'를 저는 앞으로도 진심으로 사랑으로 대할 생각이며 제가 케어하는 어머님뿐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해미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진심과 사랑으로 돌봄 받아 호전될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장성자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끼는 ‘해미'를 저는 앞으로도 진심으로 사랑으로 대할 생각이며 제가 케어하는 어머님뿐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해미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진심과 사랑으로 돌봄 받아 호전될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장성자

저는 2022년부터 치매 어머님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님은 평소 공원에 가서 운동 기구를 이용한 가벼운 운동과 햇볕 쬐시는 걸 좋아하시는 건강한 습관을 지니신 정말 누가 보아도 평범한 어르신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안에 있던 반지가 없어졌다고 옷이 없어졌다고 하시며 제가 가져갔으니 갖고 오라고 하시며 의심 아닌 확신을 하시는 모습에 굉장히 억울하고 서운했지만 차분하게 잘 생각해 보시면 어디에 두셨는지 기억이 나실 거라고 설명해 드리고 혹시나 치매를 의심하시지 않으실까 안심하실 수 있게 젊은 사람도 신경 안 쓰고 물건을 두면 깜빡하는 경우가 많다고 잘 말씀도 드렸습니다.

역시나 장롱 안에서 반지와 옷도 찾을 수 있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의심받은 건 굉장히 서운하지만 어르신이 연세가 있으시기에 기억력이 좋지 못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며 치매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의심했던 것을 인정하시고 사과를 하신 그 후에도 저를 의심하시며 몇 시간 동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모습에 저는 요양보호사로서 꾸준히 받아 온 교육에 치매를 의심하게 되었고 일시적으로 참고 넘기면 된다고 인지했지만 몇 날 며칠 지속적인 욕설에 저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받아 어머님을 더 이상 케어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그만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저는 마음이 쓰여 어머님 소식이 궁금해 여쭤보고 했었는데 다른 요양보호사가 왔지만 비슷한 이유로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자 저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생겨 옆에서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케어해드리다 보면 일정 부분은 괜찮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에 다시 출근을 결정했습니다.

다시 뵈었을 때 어머님은 협착증과 허리디스크 수술 후 약 한 달 만에 자녀들을 알아보았다고 하는 걸 듣는 순간 나 자신이 책임감과 직업의식이 너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어머님을 좀 더 나의 어머니처럼 대했어야 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슬픈 감정이 들어서 굳건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기억력을 위해 화투 놀이와 긍정적이고 지속적이고 건강한 대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잘 기억하지 못하셨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화투 놀이 때 말씀드렸던 놀이의 규칙을 점점 기억하시고 적용하시는 게 눈에 보여 상당한 보람과 기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지 활동 교재 학습에 어려움을 겪으시고 하기 싫어하셨는데 이해하실 때까지 목소리 톤도 신경 쓰고 설명을 차근차근 해드리니 다행히도 지금은 농담도 하시며 너무 재미있게 학습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오늘이 며칠인지 집 동호수가 몇 동 몇 호인지 등등 헷갈리실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지금처럼 차근차근 알려드리며 케어해드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출근하면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걸 들었을 때 얼마나 보람 있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저의 어머니는 담도암으로 환갑도 넘기기 전인 59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컸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일찍 떠나보낸 상실감이 커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가 많습니다.

제가 요양보호사를 결정하게 된 큰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머님들을 케어해드리면서 저희 어머니께 다하지 못한 감사함의 표현과 후회를 채우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출근할 때 저희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기쁜 마음으로 때론 힘든 일들도 많지만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머님들이 단지 연로하셨다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불편함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자 하는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듭니다. 다른 직업들과 더불어 요양보호사는 직업의식 없이는 할 수도, 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백일장 상단에 "어리석고 미련하다", 한마디로 "바보"라는 뜻의 치매라는 단어를 공식 병명으로 쓰는 한자어 권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에 실망감이 큽니다. 의료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임에도 오히려 그런 뜻의 단어를 공식 병명으로 쓴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를 수 있지만 분명히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어르신들은 공식 병명의 뜻과 다르게 어리석거나 미련하지 않고 바보가 아닙니다.

특히나 어르신들에게 오는 치매는 대부분 단지 연로에 의해 마주하는 뇌 기능의 손상일 뿐입니다. 또한 누구에게나 생겨날 수 있는 병이고요.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끼는 ‘해미'를 저는 앞으로도 진심으로 사랑으로 대할 생각이며 제가 케어하는 어머님뿐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해미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진심과 사랑으로 돌봄 받아 호전될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이 백일장이 요양보호사님들이 더 굳건하고 건강한 직업의식을 갖고 어르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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