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봉사상 김희숙님 수상작

나는 오늘도 앞치마를 입고 어르신들께 아침 인사를 드린다. /김희숙
나는 오늘도 앞치마를 입고 어르신들께 아침 인사를 드린다. /김희숙

60이 넘은 나이에 고민을 했다. 인생은 길고 나는 아직 젊은데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던 차에 친구가 요양 보호사 자격증 같이 따는 게 어떠냐는 말에 ‘그래. 일단 자격증이나 따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길이 시작되었다.

자격증이 나오자마자 시설에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 출근 첫날 아침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어르신들이 모두 나만 보고 있어 부담감이 너무 컸고 어르신들의 눈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잔뜩 있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출근을 하고 스스로 대변을 볼 수 없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며 드는 생각은 내가 요양 보호사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라는 생각에 퇴사 의사를 밝혔으나 딱 한 달만 해보고 결정하라는 복지사님의 말에 ‘그래 딱 한 달이다.’라고 결심하고 다닌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어르신들을 세 번 뵙고 다섯 번 뵙고 열 번 뵈니 이제는 저를 기다렸다는 어르신도 계시고 출근 못 한 날에는 왜 안 나왔냐고 하시며 서운해하시기도 하시며 여기 선생님 중에 제일 예쁘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을 뵈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이 나이에 어디에서 이런 가슴 벅찬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목욕을 깨끗이 씻겨 드리면 “고맙대이”, 기저귀를 갈아 드리면 “내 너무 많이 쌌제. 치우느라 욕봤대이” 하시며 언제나 마음을 표현하고 인사를 하시는 우리 예쁜 어르신들.

폭설이 내린 오늘 아침도 내가 가지 않으면 기다리실 어르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 시간 반을 걸어 부지런히 걸어 출근하니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어떻게 왔어?”라며 반겨 주시는 어르신. “어르신 뵈러 눈길을 헤치고 왔지요.” 했더니 어르신이 차가운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며 호호 입김을 불어주신다.

순간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쏟아질 뻔한걸 꾹 참고 나도 어르신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나는 이 일을 계속하리라고. 나는 오늘도 앞치마를 입고 어르신들께 아침 인사를 드린다. “어르신들~ 안녕히 주무셨어요?” 밝은 표정으로 맞아 주시는 우리 어르신들께서 오랫동안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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