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관세 적용 가능성에 불안 가중
미국 현지서 생산되는 상품만 예외
환율 상승 원가 상승, 수익성 악화

‘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국내 식품업계가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확정에 미국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앞세운 자국 보호주의에 따른 관세 정책, 환율 상승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체제에서 관세 정책과 환율에 영향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재집권할 경우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 나머지 국가 수입품에는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FTA 체결을 통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품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한국을 포함한 FTA 체결국에 보호 관세를 확대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미국에 제품을 수입하려는 기업이 부담한다. 결국 기업의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내수 시장 성장 정체에 미국 등 해외 시장 수출 비중을 늘리려는 국내 식품업계 입장에선 비상이 걸렸다. K-콘텐츠 확산으로 K-푸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보편 관세가 적용된다면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한국 기업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밥과 떡볶이, 라면 등 K-푸드는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해 10개월간 농식품 수출액이 11조2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중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인 라면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0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30.0%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라면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이기도 하다.
국내 식품업계에선 삼양식품이 보편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로 전체 매출 비중에서 80%가 해외에서 나온다. 현재 해외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반면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지 생산 공장을 둔 경우 고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농심,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있다. 농심은 지난 2005년 캘리포니아주에 라면 공장을 설립했고 지난 2022년 미국 2공장을 완공하며 라면 생산 능력을 이전 대비 70% 이상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5월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있는 슈완스 피자공장을 증설해 축구장 12개 크기인 9만m²의 세계 최대 규모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미국 중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선 56만㎡(약 17만 평) 규모 생산 부지를 확정하고, 오는 2025년 가동 목표로 만두 생산 공장 짓기에 나선다.
트럼프 재선 이후 달러 강세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식품업계는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인상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질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시장금리도 더 떨어지지 않거나 다시 오르며 기조적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성 하락 우려가 있다. 지난해 하림산업은 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회사 이익이 약 31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동원F&B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세전 이익이 약 5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오뚜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전이익 감소액이 118억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오뚜기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10% 수준으로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보기 어렵다. 이에 오뚜기는 지난해 제조 미국법인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기에 돌입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식품업계에서는 원재료 수입을 미리 진행하기 때문에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으나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는 데 있어서는 다시 돌아온 트럼프 정권 기조라든지 현지 상황들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수출 비중이 80%인 삼양식품은 환율 상승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심화될 순 있으나 해외 매출 비중이 80%이기 때문에 수출로 상쇄할 수 있어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원재룟값이 인상되더라도 수출로 상쇄되는 부분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보편 관세를 지불한다고 하면 부담이 있다. 아직 확정된 정책이 없어 일단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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