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산자원부·코트라 주최
12~13일 도쿄 사이타마서 개최
B2B 수출상담회·B2C 부스 전시
K-팝 공연 연계해 1020세대 몰려

“엄마가 가수 비를 좋아해서 8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K-팝 아이돌 제로베이스원을 좋아해서 후쿠이현에서 여기까지 보러왔어요. 한국 화장품도 좋아하고 닭갈비를 좋아해요. 여기서도 맛볼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 13일 여성경제신문이 도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만난 이케모토 마스미 씨(27)는 닭갈비를 맛보며 이와 같이 말했다. 12일부터 이틀간 도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개최한 ‘2024 도쿄 한류박람회’는 한국 식품부터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브랜드 부스를 체험해보려는 일본인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전시장 바로 옆에는 K-팝 콘서트도 함께 열려 K-팝 아이돌 팬들도 일본 각지에서 모였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1세대 욘사마(배용준)에 이어 2세대 보아·동방신기, 3세대 소녀시대, 4세대인 현재 BTS·트와이스·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으로 이어오고 있다.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K-팝으로 확대되고 K-뷰티·식품으로도 넓혀가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류 열풍을 밑받침 삼아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 마케팅을 지원하는 취지로 열렸다. 지난 2010년 처음 시작해 14년간 세계 각지에서 21번 개최됐다. 정부가 주관하는 한류 관련 종합 엑스포로는 최대 규모의 행사다. 특히 올해는 2025년 오사카 엑스포 개최 및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있어 일본을 개최지로 선정했다. 11일에는 도쿄 시내 호텔에서 B2B 대상 수출 상담회도 진행했다. 12~13일에는 SBS와 함께 K-팝 콘서트도 연계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모토키 스즈키 코트라 마케팅팀 과장은 “일본에서는 2012년 오사카에서 열린 뒤 12년 만에 열린 행사”라며 “SBS 케이팝 콘서트 행사가 함께 진행돼 양일간 방문객만 4만4000명에 달한다. K-팝에 관심 있는 이들이 주로 1020세대라서 해당 연령대의 방문객이 가장 많고, 이들 사이에선 한국 화장품이나 먹거리 등에도 기본적으로 관심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행사장 내부에는 ‘성수 문화의거리’, ‘압구정 로데오거리’, ‘잠실 한류콘서트홀’, ‘한남 플래그십스토어’, ‘홍대 한류놀이터’ 등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국내 관광지 이름을 본떠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역 표지판 같은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K-푸드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밀키스 음료와 고추장 튜브를 나눠주고 있어 이를 받기 위해 수십명의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오픈키친에는 한강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즉석 라면 조리기 4대를 배치했다.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양라면, 까르보불닭볶음면과 오뚜기 순후추 라면 사골곰탕맛 등 원하는 봉지라면을 골라 직접 끓여먹을 수 있게 했다. 한복을 대여해 한옥마을 이미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복사진관’과 K-팝 아이돌들의 촬영 명소로 알려진 ‘인기가요 계단’을 재현한 특설 포토존에도 촬영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일본 식료품 기업 아지노모토의 간편식 조미료 브랜드 쿡두 부스에서는 한국 인기 메뉴인 닭갈비, 잡채 등을 맛볼 수 있도록 즉석에서 조리해 선보였다.

현대홈쇼핑은 국내 홈쇼핑업계 중 유일하게 참여해 큰 규모의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뷰티·생활용품·식품 등 중소협력사 15곳과 함께해 B2C 부스를 운영하며 현지 고객들에게 각사 대표 제품을 소개했다.
이날 부스에서 만난 권창우 현대홈쇼핑 대외협력팀 책임은 “방송 사업자로서 사업을 하려면 재승인 조건을 맞춰서 사업할 수 있는 재승인을 받아야하는 상황인데 승인 조건 중 하나로 중소기업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2022년부터 3년째 코트라에서 진행하는 한류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다. B2B 수출상담회도 참여했는데 앞서 베트남과 독일에서 참여했을 때보다 상담 추진액 규모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기능성 뷰티부터 의류, 주방용품 등을 중심으로 총 745만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람회에선 특히 뷰티 브랜드 부스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K-뷰티에 대한 인기가 높은 만큼 뷰티 브랜드 부스 규모도 컸다.
대표적으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뷰티 브랜드 닥터지는 레드 블레미쉬, 블랙 스네일, 선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을 위주로 부스를 선보였다. SNS를 팔로우하면 제품 샘플 키트도 증정해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202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닥터지는 로프트, 이온몰, 마츠모토 키요시 등 일본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며 입점 매장만 약 6800개를 넘어섰다. 이에 지난해 닥터지의 일본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400% 증가했다.
닥터지 부스 옆에는 마녀공장 부스가 나란히 자리했다. 마녀공장 역시 일본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녀공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해외 매출액에서 일본 비중이 40%를 차지한다.
이날 부스에서 앰플 체험 행사를 진행한 중소 뷰티업체 비오엠 코스메틱 관계자는 “원래 국내보다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번 부스 참여는 일본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왔다. 현재는 큐텐 온라인에 입점해 있는데 현지 유통채널 입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K-뷰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4억8000만 달러(약 6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산업부와 코트라는 이번 한류박람회를 수출 활성화의 전략적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맞춰 정부 부처, 공공기관, 대기업 등과 협력해 한국의 소비재, 서비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번 한류박람회를 통해 한류 효과를 타 산업군으로 확대해 한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고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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