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만 주 발행, 20% 사주조합에
주가, 전일 종가 대비 30% '급락'
MBK 의식 청약자 물량 3% 제한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지배력 강화에 대항해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선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지배력 강화에 대항해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선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30% 가까이 빠지면서 장중 하한가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지배력 강화에 대항해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30일 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주식회사가 신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 주주는 지분이 희석돼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이번 유증의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으로 지난 22~24일 거래된 주식량과 대금에 따라 기준 주가 95만6116원에서 30% 할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유증과 관련해 고려아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공시 이후 고려아연의 주가는 급격하게 내려가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10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154만3000원) 대비 29.94%(46만2000원) 떨어진 금액으로 장중 하한가다.

고려아연이 유증에 나선 것은 자본금을 늘리는 동시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일반공모에 모집된 주식의 80%(약 373만 주)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관련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기로 했다.

이번 물량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기 전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18%에 준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호 지분을 늘려 경영권 분쟁 상대인 MBK파트너스·영풍과 지분율 차이를 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MBK·영풍의 지분율은 약 38%,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약 35%다.

이번 유증에서 한 청약자(특별관계자 포함)가 배정받을 수 있는 최대 물량은 3%로 제한됐다. 따라서 경영권 분쟁 상대인 MBK파트너스가 일반공모에 참여하더라도 결정적인 추가 지분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근 MBK·영풍의 공격적 주식 공개매수로 주가 변동성이 심해져 상장폐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행태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이로 인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반면 MBK 측은 "일반공모 증자 계획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무시·유린하는 범죄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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