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허성무 등 실제로 편향된 질문

"박기덕 사장님, 고려아연 측에서 저한테도 접촉해서 우호적인 질의를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저는 뭐 듣지는 않았습니다만···."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려아연 측이 유리한 질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한 바가 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일반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최윤범 회장이 공개매수 선언과 함께 빠지고 10월 7일 전체회의에서 박 사장 출석이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 경 의원들을 상대로 사전 작업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려아연 내부에선 대관을 맡은 김기준 부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책보좌관(국장) 출신으로 국회 통으로 분류된다.
박 사장은 김 의원의 이 같은 첫 번째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어 김 의원이 "결국 자기네들 재벌 오너끼리 누가 회사 경영하는지에 대해서 국회의원에게 유리한 질의를 해달라고 부탁하느냐"고 따져 묻자 "그 상황에 대해서는 저는 일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사장 증인 출석은 여당 간사인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직접 신청해 간사 간 협의에 의한 것이다. 지난 9월 29일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이례적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울산 중구를 지역구로 둔 박성민 의원이 총대를 멨다.
종합국감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을 비롯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대신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을 대신한 강성두 영풍 사장은 같은 자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모펀드가 '지배구조 개선'만을 위해 M&A에 들어간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국민들은 M&A를 통해 해외 기술 유출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허성무 민주당 의원은 "영풍과 MBK가 체결한 콜옵션 계약 때문에 궁극적으로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걱정한다"고 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번 분쟁을 고려아연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최대 주주인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의 이사회 경영권 장악을 위한 싸움으로 봤다. 다시 말해 두 동업자 간 분쟁을 국가기간산업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포장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신청한다고 하는데 왜 예전에는 신청하지 않다가 지금 하는 것인가"라며 "보통 국가 핵심 기술은 중요하면 M&A(인수·합병)가 없더라도 신청을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이 지분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한 직후 산업통상자원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판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현재 국가 핵심기술 지정 추진을 위한 2차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정부에 제공한 상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대관 논란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김한규 의원실을 방문해 그런 요구를 했다는 회사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여성경제신문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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