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부국강병]
모사드는 지혜로운 책략을 모토로 삼아
치밀하고 정확하게 테러리스트들 응징
핵심 정보는 적들의 내부 정보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자동차 정비소에 3명의 사내가 찾아온다. 그곳에서 일하는 늙수그레한 정비공에게 스페인어로 ‘시간이 좀 있느냐’고 묻자, 그 정비공은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한다. 3명의 사내가 뒤를 쫓아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끝에 그를 쓰러뜨려 담요에 둘러싸서 은신처로 옮긴다.

그가 바로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신분을 위장, 이탈리아를 거쳐 지구 반대쪽 아르헨티나로 피신, 겨드랑이에 있는 나치 문신까지 지우고 은신한다. 그러나 치밀하고 끈질긴 나치 사냥꾼 모사드(Mossad)의 추적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은 그를 아르헨티나 정부에 인도하는 대신, 직접 처리하기로 한다.

마침 아르헨티나 혁명 150주년 축하를 위해 그곳에 온 이스라엘 특별기에 몰래 태워 이스라엘로 수송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 사건을 주권 침해 행위라면서 UN 안전보장이사회에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자구 끝까지 추적하여 보복한다. AI가 그린 첩보원 이미지 /MS Bing
모사드는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자구 끝까지 추적하여 보복한다. AI가 그린 첩보원 이미지 /MS Bing

이스라엘은 눈도 끔쩍하지 않는다. 정부가 아닌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묵살한다. 이후 그를 여러 차례 공개 재판을 통해서 사형을 선고한다. 그것도 전 세계 언론에 그의 재판 과정과 사형집행 사실을 세세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도록 하면서.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끝은 이렇게 된다'는 것을 세계만방에 고한 것이다.

2차대전 홀로코스트 발생 16년 만이었다. 이스라엘의 적은 반드시 지구 끝까지 추적,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사건이었다.

두 번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 작전이다. 이스라엘에서 승객 254명을 태운 프랑스 파리행 여객기가 아테네에 중간 기착한다. 이때 허술한 공항검색을 틈타 아랍 테러범들이 탑승, 기수를 우간다로 돌릴 것을 명령한다. 당시 이디 아민의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극렬한 이스라엘의 적대국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사이가 좋아 이스라엘이 우간다 공군 창설을 돕고 엔테베 공항 건설도 해준 친한 사이였으나 최신예 공군 전투기를 공급해 줄 것을 이스라엘이 거절함으로써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선 것이다.

납치범들은 서방 각국에 감금된 테러범 50여명을 석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협상은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다. 대신 인질 석방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마침 공항 설계도를 가지고 있던 이스라엘은 수송기에 특수부대 요원 100여명을 태운다. 우간다 공항 군인들을 속이기 위해 이디 아민의 전용차와 똑같은 벤츠와 호위 차량까지 수송기에 싣고 4000㎞나 떨어진 엔테베 공항으로 향한다.

한밤중에 공항에 도착, 이디 아민 차를 앞세우고 인질들이 감금된 신청사로 향하나 공항 경비병들이 검문하려 하자 순식간에 경비대원 20여명을 사살하고 인질범들이 감금된 청사 로비 건물로 돌진한다. 인질 중 유대인이 아닌 150여명은 국제여론을 의식, 이미 석방되었고 유대인 100여명만 감금된 상태였다.

도착 즉시 건물에 잠입, 유태 말로 “엎드려”하고 외친다. 인질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리고, 총을 난사하며 저항한 테러범 7명을 사살한다. 몇 시간 만에 전광석화같이 테러범들을 처치하고 인질들을 태우고 공항을 이륙, 이스라엘로 귀환한다. 작전을 지휘한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만 사망한다. 지금의 네타냐후 총리는 그때 사망한 그의 동생이다.

이 두 사건에서 보듯 모사드의 정보망은 놀랍도록 정확하고 치밀하다. 그간 수많은 아랍인들의 테러가 자행되었고 이에 상응한 이스라엘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보복도 뒤따랐다.  

최근에는 이란 대통령 취임식 축하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수장 이스마엘 하니에를 그가 머무는 숙소를 폭파하여 제거했다. 레바논 침공 직전에는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을 비롯한 고위인사 10여명을 차례대로 은신처를 찾아 핀셋으로 제거하듯 처리했다.

모사드의 치명적인 정보는 적들의 은밀한 내부정보에서 나온다. 사진은 특수부대 이미지 /픽사베이
모사드의 치명적인 정보는 적들의 은밀한 내부정보에서 나온다. 사진은 특수부대 이미지 /픽사베이

이와 같은 무서운 정보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러시아의 KGB, 미국의 CIA와 같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조직의 기능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유무선 통신 감청, 휴민트 정보원을 통한 은밀한 내부 정보, 알고리즘을 통한 정보 분석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치밀함과 정확성에서 모사드는 그 어느 정보기관보다도 뛰어나다. 어디서 그 차이가 발생할까.

모사드는 정보와 특수공작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2차대전 직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무사히 이스라엘로 데려오는 역할이 그 시작이었다.

모사드는 어떻게 이란이나 헤즈볼라, 하마스의 고위인사 은신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에도 그들을 원수처럼 싫어하는 정파나 종파가 있다. 이들을 포섭하여 내부 정보기관에 은밀하게 잠입시켜서 오랫동안 암약하게 한 것이다.

이란에는 이슬람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를 지극히 혐오하고 서방의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란인들도 많다. 그들이 인민들을 압제하는 현 신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이란의 레짐 체인지(체제 교체)를 바라면서 은밀한 정보를 모사드에 제공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란의 전 대통령은 모사드를 색출하는 이란의 정보부대 책임자가 모사드 요원이었고 20여명이 모사드 요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도 모사드의 이런 정보력을 반유대 세력들이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은 절실하다. 그리고 '지혜로운 책략'을 모토로 삼아 모사드를 가일층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한국의 정보기관은 어떤가. 모사드 수장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6~7년씩 재임하고, 정보와 관련된 군 장성이나 전문가들이 이끌어간다. 즉, 그들은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고위층과 가까운 인사가 낙하산식으로 임명된다. 정보나 군과 관계없는 비전문가가 정보기관 수장으로 간다. 그 조직의 운영, 효율성과 날카로움이 모사드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요새 눈만 뜨면 북에서 온 오물 풍선 세례를 받고 있다. 반복해서 날려 보내는데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또 중요한 군 관련 전산망이나 방산 장비 설계도마저 해킹당하는 판이다. 21세기는 정확한 정보가 모든 것의 바탕이다.

국제 정세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어설픈 말로 북을 위협한다고 그들이 겁을 먹겠는가. 국가의 안위를 위해 조금이라도 모사드를 본받자. 그들의 치밀하고 정확한 정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파악해 보라. 그리고 우리의 실상을 냉정하게 뒤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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