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부국강병]
여러 종파로 분열돼 90년까지 내전
국민 떠나고 2년간 대통령 못 뽑아
4강에 끼인 한국, 타산지석 삼아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거점과 숨겨진 무기저장소를 무차별 폭격,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헤즈볼라는 ‘신의 당’이라는 뜻으로 레바논 시아파의 무장 세력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반유대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먼저 레바논이 어떤 나라인지 알아보자.

레바논은 BC 1200년경 무역으로 번성한 페니키아인의 땅이었다. 16세기부터 오스만제국의 통치를 받다가 1차대전 후에는 프랑스 보호령으로 있다가 1943년 독립하였다. 남으로 이스라엘, 동북으로 시리아와 접경하며 서로는 지중해이다.

인구는 530만명이고, 영토는 이스라엘의 반, 우리나라 경상남도 정도의 작은 나라이다.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위치는 중동에 속하지만 눈 덮인 산이 있고 백향목(레바논 시다)이 국기의 중앙에 있을 정도로 사막 이미지의 중동과는 사뭇 다른 산악지형과 생태계를 갖고 있다.

중동의 진주라 불리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전화에 휩싸이고 있다. /픽사베이
중동의 진주라 불리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전화에 휩싸이고 있다. /픽사베이

인구의 두 배 이상이 해외에 이주하여 살고 있는 특이한 나라다. 그 배경에는 적대국에 낀 나라가 예외 없이 겪듯이 매우 복잡한 분쟁과 침략의 역사 속에서 1860년대에 혼란을 피하여 국민들이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로 대거 이주한 탓이었다.

멕시코 최고의 부호 카를로스 슬림이 레바논 이민자 출신이고, 멕시코 이민자 경제활동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레바논계라고 한다. 그만큼 이들은 이재에 밝고 비즈니스에 능한 기질을 가졌다고 한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간에 내전을 겪었다.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 등으로 나뉘어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이 때문에 중동의 또 다른 분쟁지역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명 부대가 레바논 남부에 UN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돼 있다. 대민 지원에 적극적이고 이스라엘도 그 위치를 잘 알고 있어 큰 위험은 없어 보이나 국방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레바논에 종교는 16개 분파가 있고 기독교 계통이 50% 정도인데 최대 종파는 마론파, 그리스 정교, 멜키트 카톨릭 등이 있고 이슬람은 시아파, 수니파, 드루즈교 등이 인구 비례로 국회 총 의석 128석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이런 종파 간 분열로 2년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베카 계곡을 거점으로 이스라엘과 대치하고 있다. 42년 전 이스라엘이 PLO 소탕을 위해 레바논을 침공한 이래 이스라엘과 무장 투쟁을 벌이며 베이루트 주재 미 대사관 폭파를 비롯해, 크고 작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연정을 구성하는 한 정파이기도 하다. 서방에서는 테러리스트라 부르지만 그들은 반서방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합법적인 조직이라는 입장이다.

지금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분쟁은 수도 베이루트 외곽까지 번지고 있다. 남쪽의 하마스를 일단 제압한 것으로 판단한 이스라엘이 북쪽의 헤즈볼라 섬멸을 목표로 공세를 취할 경우 레바논 전역으로 확전할 수 있다.

레바논처럼 인근 분쟁국에 낀 작은 나라의 운명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분쟁에 휘말려 고통받고, 이런 고통을 피하고자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번 레바논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앞날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4강에 끼인 한반도의 역사도 파란만장하였다. 한민족끼리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지 못하고 강국들이 개입, 분단된 나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제기된 두 국가론은 금수강산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픽사베이
최근 제기된 두 국가론은 금수강산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픽사베이

분단된 조국의 통일은 단시일 내에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하는 민족의 과제이다. 이런 와중에 9.19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 씨가 느닷없이 “통일하지 말자.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는 발언을 했다. 향후 남북 관계에 대한 화두로 던져보았다고 하면서.

이는 북의 김정은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과 궤를 같이한다.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지를 표명하는 것을 보면 그들 간에 깊은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발언은 반민족적이다. 이유는 두 국가론은 적대적인 남북 관계를 상정한 것이다. 남북이 한민족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완전히 갈라서서 서로 다른 나라이니 무력 침공에 의한 적화통일 논리가 될 수 있다.

겉으로는 남북 교류와 대화가 단절되었으니 그냥 따로 편하게 서로 터치하지 말고 살자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순순한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 것 같다. 그 깊은 속내에는 남한이 잘 먹고 산다고 미국을 등에 업고 북한을 적대시하니 이제 서로 남남으로 살자. 그리고 여차하면 전쟁으로 통일을 하자. 그런 논리로 비약하면 무서운 얘기가 된다.

이런 발언이 나온 데에는 현 정권 책임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도 한몫했다.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이 밉지만 직설적으로 북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며 남북 관계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설이 나돌자 푸틴마저도 ‘한국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점잖게 견제구를 던졌다.   

북은 끝까지 품어야 할 대화의 상대로 포용해야 한다. 거칠고 적대적으로 대할 대상은 아니다. 임종석의 저 발언은 그런 대화와 교류 단절에 대한 현 정권을 향한 불만의 일단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지금 일어나는 혼란과 분쟁에서 보듯이 한민족이 분열하고 외세가 개입하면 그 나라는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과 북의 한민족 몫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변할 수 없는 민족의 과제이다. 비록 지금 분단되어서 살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같이 살아야 할 동족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 세대는 왜 통일이 필요하냐며 근시안적인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분단의 고착화는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남북은 끝까지 대화하고 화합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끈을 놓아버려서는 절대 안 된다. 또다시 전쟁의 참화를 겪어서도 안 되고 한반도가 강국들을 대리한 전쟁터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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