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랍국가 물밑 회담 시작
이스라엘 내부서 강경파 득세

헤즈볼라 2인자 나임 가셈이 8일(현지 시각)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즈볼라 2인자 나임 가셈이 8일(현지 시각)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바논에 기반을 둔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기존과 달리 선결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휴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미국과 아랍국가들도 중동 지역 모든 전선의 휴전을 위해 이란과 물밑 회담을 시작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선 이참에 위험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강경파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지난 8일(현지 시각) 공개된 30분 연설 영상에서 "레바논 정부가 휴전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의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시도에 찬성한다는 메시지를 낸 건데 휴전 협상에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해당 발언은 역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나왔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무장 정파 하마스와 벌이는 전쟁이 지난 7일로 1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로 전선을 확대해 지상전까지 벌이고 이란이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 지원을 공언했다. 헤즈볼라, 하마스와 함께 자칭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일원인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헤즈볼라가 휴전 조건으로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처음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이미 헤즈볼라의 태도 변화가 보였다면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유엔은 긴장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일축하며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미사일 공습 범위를 접경지를 넘어 수도 베이루트 지역까지 확대했다. 레바논 남부 전선의 지상전에서도 기존 3개 사단에서 1개 사단이 추가 배치하면서 해안가에서 군함 포격 지원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휴전 지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외교 협상보다 군사 작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매파가 득세하고 양측이 협상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등에 로켓 135여 기를 쏘면서 공격을 멈추진 않고 있다. 카셈도 연설에서 "적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전장이 결말을 낼 것"이라고 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북부 사령관을 방문해 "헤즈볼라는 지도자가 없는 조직"이라며 "(수장이었던) 나스랄라는 제거됐고 후임자(사피에딘)도 제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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