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ar톡]
프리미엄 시장 안착한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전략·글로벌 확대 관건
"독립 브랜드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이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현대차그룹은 매년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양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과 중대형 SUV의 선전,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성장세가 함께 작용하며 2023년에는 약 27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연간 30조원 달성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의미 있는 브랜드는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성공적 안착이다. 2023년 중반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이뤘다. 미국 시장에서의 첫 성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미국 시장에서 거둔 20년간의 노력의 약 30%에 해당하는 기간 만에 이룬 성과이자, 현재도 성장세에 있다는 점에서 제네시스의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제네시스의 안정적 공급과 프리미엄화 전략은 현대차그룹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전히 저평가된 주식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차종 구성이 안정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현재는 내연기관차와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및 전동화 모델로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라인업이 필요하다.
제네시스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주춤한 전기차 판매 추세는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차종의 다양성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의 추가는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전략이다.
전기차 같은 무공해차의 확대는 당연한 흐름이지만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만으로는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연비 효율까지 겸비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는 제네시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계획이 언급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판단된다.
두 번째는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이다. 현재는 미국과 국내 시장에 집중되어 있지만, 유럽 시장 공략과 함께 중국 등 제3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은 미국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 축이며, 유럽에서의 성공 여부는 향후 타 시장 공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럽 중심축인 독일에서 제네시스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유럽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특정 차종에 대한 선호가 깊게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가 이미 유럽 대중차 시장에서 약 1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진출은 아니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마케팅 전략과 품질 차별화가 관건이다.
중국 시장도 다시금 재정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과거 8%에서 현재 약 1.6%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토종 브랜드의 확산과 애국 마케팅, 정치적 리스크가 결합된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거나 투자를 중단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대표적 시장이다. 현지 생산시설과 최소한의 투자 기반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철수도 가능한 ‘별동대식 전략’이 요구된다. 러시아 시장에서 겪은 경험을 교훈 삼아, 중국 시장 역시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는 상황이며, 완성차 수출 구조에 따른 높은 관세 장벽 등으로 불리한 조건이 많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 특화된 현지화 전략이 반드시 요구된다.
세 번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화이다. 과거 토요타가 렉서스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완전히 차별화했던 전략이 좋은 참고 사례가 된다. 당시 미국에서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만큼 ‘렉서스는 토요타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 확립이 성공의 열쇠였다.
현재의 제네시스는 상황이 다르기에 동일한 접근은 불필요하지만 차종과 브랜드가 정착된 지금, 정비망과 전시장의 분리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제네시스는 별도로 대접받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하며, 명품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면 브랜드의 독립성과 차별화가 더욱 요구된다.
제네시스는 분명히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성공적인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도록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대중 브랜드와의 구분은 물론, 긍정적인 명품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